엄마의 자리
엄마.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몽글해지며 코끝이 찡해지는 존재.
난 엄마와의 추억이 참 많다. 어릴 때 엄마는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만능자였고 이곳저곳 나랑 여동생을 많이 데리고 다녀주셨다. 차도 없을 그 당시 지하철을 타고 월미도, 어린이대공원, 롯데월드, 수영장, 극장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다시피 그렇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셨었고 그 행복했던 기억들이 뜻하지 않은 일들 때문에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돼준다. 그래서 나도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주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그런 분이셨다. 여동생과 나에게 친구 같은 엄마였지만 삶의 모습 속에서 저절로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 여장부 같이 강인하셨지만 정이 많아 눈물도 많으신 분. 나의 엄마.....
한국에서는 늘 김치며 밑반찬은 엄마가 손수 해서 주시니 참 잘 얻어먹었다. 너무나 당연스럽게. 해외에 와서 엄마표 반찬들이 눈물 나게 그립다. 이제는 내가 직접 해서 먹어야 먹을 수 있는 해외살이라 반찬 만드는 솜씨가 꽤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만들어준 반찬들이 먹고 싶다. 손수 반찬을 만들면서 엄마 생각에 코끝이 시큰했다. 받아먹는 건 너무나 쉬운데 만드는 건 여간 노고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지. 근데 난 매번 반찬들을 받아먹으며 크게 감사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엄마니까. 당연하게 받았고 엄마니까 그렇게 해주시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이곳 치바에서 하나도 자연스럽고 당연시되는 것은 없다. 특히 매운 음식이나 김치, 한국식 반찬등이 먹고 싶을 땐 손질부터 요리까지 많은 나의 노고가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랑이, 아이들이 잘 먹을 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피곤함이 싹 달아난다.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조금만 더 일찍 반찬에 담긴 엄마의 마음에 내 마음을 더해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엄마 요리는 최고라고! 내가 아이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한 그 말.
내가 이렇게 열심히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늘 성실하셨고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셨으며 남들에게 당당하셨던 엄마의 모습. 일흔이 거의 다 되어가시는데도 사업을 이어가시며 지금이 더 빛나는 우리 엄마.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지금도 노력 중이다. 엄마는 외할머니께서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것인지 잘 알기에 엄마의 사랑을 자식들에게 더 많이 주고 싶으셨단다.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의 마음을 더 깊이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 마음이 한없이소중하다.
환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다음 생에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 엄마가 받지 못했던 사랑과 내가 받은 사랑 몇 배로 드리고 싶다. 내리사랑이라고 자식에게 주는 사랑 반도 엄마에게 드리지 못해 늘 죄송하다. 이제라도 부모님께 나의 마음을 전해본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신 부모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