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연 Sep 26. 2023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남편의 부재

일본 치바에서 생활 한지 8개월이 지나가고 있는데 8개월의 반정도인 4개월은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가끔 지금 이건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본에서 함께 생활하기로 한 것이었는데..... 웃프다. 사람이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기지만 혼자 낯선 해외에서 아이들을 키우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남편은 현재 인도에 출장 중이다. 회사에서의 급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이유들 때문에 가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짜증 나고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부정적인 마음은 계속 부정적으로 흐르기에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 했던 일들을 혼자 부딪쳐 보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마음먹은 순간 미소가 찾아왔다.


 남편이 있을 땐 남편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길을 찾는 일부터 음식점을 예약하는 일 그리고 생활에서 일본어로 이야기해야 하는 모든 것들을. 신랑이 먼저 3개월을 와 있었으니까 당연하게도 그래왔었다.



혼자 4개월을 지내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여태 집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바퀴녀석이 2마리나 한꺼번에 나와서 벌레를 지독히 무서워하는 나와 아이들은 혼비백산했고. 그래도 바퀴벌레 약을 뿌리며 어찌어찌 해결했지만. 또 기차여행을 갔다가 책가방을 두고 내린 둘째 아들 덕분에 서툰 일본어로 역무원과 이야기해서 종점까지 가서 가방을 찾은 일 등 그때는 식은땀 났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 보니 추억이 된다.


아이들이 아빠의 빈자리를 많이 느끼지 못할 만큼 많은 곳을 여행 다니며 함께 놀았고 새벽기상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으며 운동과 일본어공부 루틴을 지켰다. 어쩌면 남편의 부재 덕분에 나는 많이 성장했고 이젠 길 찾는 일부터 일상생활에 필요한 예약, 서툴지만 기본적인 대화까지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뭐든 그냥 되는 일은 없다. 일부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찾아 돌아다녔고 일부로 이곳저곳 예약도 해 봤고 일부로 일본어 공부와 운동도 했다. 그렇게 꾸준하게 노력했다.


나름대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불쑥불쑥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남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화도 난다. 얼마 전 생일날 그 외로움이 피크에 달했다. 날씨마저도 우울했던 날 내가 혼자 지금 일본에서 뭐 하는 걸까란 생각에 한없이 기분이 땅속으로 꺼져 들어갔는데 함께 저녁 먹으며 마음이 담긴 편지를 넌지시 건네는 아이들 덕분에 힘이 났다. 아이들이 많이 컸다는 것을 느낀 날이다.  혼자서도 해외에서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이 아빠 없이도 이곳에서 잘 지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더 고맙고 대견하다.



이제 일주일 후면 신랑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서로를 다독이며 그간 애썼음에 포근히 안아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반찬이 그리운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