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or워커 Jan 19. 2023

공공기관 선택 이유. 육아휴직

공공기관으로 이직하기에 앞서 많은 고민을 했고 선택의 이유를 만들었다. 한 번 사는 인생,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 경험 중에 육아휴직이 있었고 이는 공공기관 선택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었다.


10여 년 전 사기업에 근무할 당시 남자 육아휴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여자도 육아휴직과 함께 퇴사하는 모습을 봤다. 어디가 아프지 않은 이상 잠시도 직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시대는 금방 바뀌었고 최근엔 사기업에서도 육아휴직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공공기관 선택의 이유가 하나 사라진 것 같아 괜히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국가적으로는 아주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은 국가의 정책을 즉시 수용해야 한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복무 관련으로는 대부분 좋은 방향인 것 같다. 출산율 저하가 국가적인 문제인 요즘,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육아휴직 사용 장려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그리고 이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나는 육아휴직 기간 중에 둘째 딸을 가졌다. 


내가 육아휴직을 쓴 건 2019년이다. 불과 3년 전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남자 육아휴직이 많지는 않았다. 근 5년 간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분위기에서 시도하는 육아휴직은 굳은 결심을 필요로 했다. 입사한 지 4년밖에 안된 직원이 육아휴직부터 쓴다고 하니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만약 내가 다른 직장을 경험하지 않은 '찐' 신입사원이었다면 아마 주변의 구설수와 평판을 의식하고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이란 목적이 확고했던 만큼 흔들림 없이 사용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부서에서만 남자 3명이 육아휴직 중이다. 여자 1명까지 포함하면 15명 중 4명이 육아휴직 중이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남자 육아휴직을 보면서, '아, 지금 쓰면 딱히 티 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한 번씩 떠오른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나름 선구자라는 자부심도 갖게 됐다.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상담도 많이 해줄 수 있었고, 육아와 관련한 나의 시행착오도 얘기해 줄 수 있었다. 


남자의 육아휴직은 반드시 필요하다. 할 말이 너무 많다. 시간을 잡고 제대로 정리하고 싶은 주제다. 직장인의 입장에서 필요성 하나만 얘기해 보자면,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부 중 한 명은 평생토록 직장인으로 살고 한 명은 전업 주부로만 산다면 어떨까? 서로의 마음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노력해 볼 수는 있어도 절대 알 수는 없다. 겪어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상황을 만나고 그때의 감정변화를 온전히 느껴봐야 진정 이해한다는 말을 꺼낼 수 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내가 여자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연락이 적거나 늦게 올 때면 와이프가 그렇게 미웠다. 해도 해도 티가 안나는 집안일에 시간이 아까웠다. 그런 집안일에 조금이라도 트집이 잡히면 기분이 또 그렇게 상했다. 이런 감정은 결국 남녀의 문제가 아니었다. 집에서 육아하고 집안일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이었다. 그런 감정에 낯설었던 나는 육아휴직이 끝날 때까지 온전히 빠져들지 못했다. 그때의 나와 비교하면 지금의 와이프는 훨씬 많은 집안일을 하고 훨씬 많이 나를 배려해 준다. 직장에서 돈을 버는 것 이상의 헌신이다.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혹시라도 육아휴직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유 불문하고 우선 쓰라고 얘기하고 싶다. 한 번의 육아휴직 경험이 부부관계를 훨씬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이 문제라면 육아휴직 급여가 많이 나오는 몇 개월이라도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아빠의 육아휴직이라고 첫 3개월은 250만 원까지 육아휴직 급여가 지급된다. 


나는 필요한 시점에 한 번 더 육아휴직을 쓸 것이다. 첫 번째 육아휴직에 아쉬웠던 점들이 많다. 다음 육아휴직은 미리 계획을 세워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더욱 뜻깊은 시간을 만들고 싶다. 한 번 사는 인생,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이 것이 내가 대기업을 나와서 공공기관으로 이직한 첫 번째 이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공기관 신규직원의 고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