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DE IN SAMSUNG
그러나 평가는 이미 시작되었다.
PRIDE IN SAMSUNG.
삼성그룹 신입사원 연수는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연수의 거의 모든 과정은 삼성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삼성은 그래도 될 만큼 거대하고 좋은 기업이다.
삼성그룹의 채용규모는 국내 최대이다. 나의 입사 기수였던 삼성 공채 52기 신입사원의 수만 해도 몇만 명이었다. 그래서 전국에 연수원만 수십 곳이 있다. 내가 갔던 연수원은 경상남도 산청에 있었다. 깊은 산속에 있는데, 꽤나 연식이 느껴지는 연수원이었다.
연수 기간은 4주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활동했다. 오전, 오후는 삼성의 역사와 가치, 삼성 그룹의 구조와 계열사의 역할, 직무 등에 대해 공부했다. 저녁에는 팀별 과제를 수행했는데, 당일에 해결하는 것도 있고 며칠의 기한이 주어지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몇 가지 과제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 삼성의 역사를 표현할 수 있는 연극 연출
- 모의주식 수익 대결
- 상품 판매를 위한 PPT 발표
- 특이한 조형물 만들기(높이 쌓기, 멀리 날리기 등)
- 단체로 재밌는 포즈나 마임 만들기
이외에도 수많은 과제가 있는데, 춤도 추고 시험도 치는 등 한 달여간 그야말로 쉴틈이 없다.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쯤에 연수가 끝이 나는데, 신기하게도 그때가 되면 삼성인이라는 자부심이 내 몸 가득 자리 잡게 된다. 마지막 일정은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하는 뒤풀이 행사였다. 그곳에는 PRIDE IN SAMSUNG이라고 적힌 구조물이 있는데, 다들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PRIDE IN SAMSUNG을 외치게 된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과연 삼성이 만들면 교육도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로 역시 삼성이었다. 그 모든 과정 속에는 수많은 평가들이 숨어있었다.
연수가 체력적, 심리적으로 힘든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열심히 하는 사람, 대충 하는 사람,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명확히 구분된다. 신입사원이 보기에도 그런데 평가자가 보기에는 어떻겠는가. 연수를 진행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늘 우리들을 체크하고 적고 있었다. 그리고 팀마다 입사 3년차 정도의 지도선배가 배정되어 있는데, 이들도 평가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연수를 되돌아보며 평가요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키지 못했다.
- 교육 시간 지키기 : 때로는 새벽까지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다음날 교육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면? 교육시간에 늦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시간을 지키는 것이 직장인의 가장 기본적인 항목이라고 생각한다.
- 과제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 리더가 되라거나 성과를 내라는 것이 아니다.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직장에서 팀워크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싸우지 않기 : 연수기간 중 다툼이 있었다는 소문이 났다. 동기들 간에 다툼이 날 정도면 실제 업무현장에선 얼마나 많은 다툼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토론, 토의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지만 싸워선 안된다.
이 모든 과정은 직원들을 더 제대로 부려먹기 위한 삼성의 계략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배우고 느낀 성취감과 자긍심, 업무에 대한 열정은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된다.
초일류기업 삼성은 직장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자긍심을 가져도 될 만큼 좋은 기업이다. 주는 급여보다 더 뽑아먹는 곳이라고 악명도 높지만 분명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직장이다. 삼성그룹 연수에서 그 PRIDE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