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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워커 Jan 01. 2023

대기업 초봉과 첫 꼰대

너무 강했던 둘

돈을 많이 준다는 점이 제일 끌렸던 첫 직장. 그런 내 생각보다도 더 많이 줬다. 성과급에 따라 조금씩은 바뀌었지만, 초봉이 6천이 넘었다.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지금의 내 연봉이 6천에 조금 못 미친다. 10여 년간 돈의 가치가 하락한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초봉이었다. 


그 당시 삼성그룹의 급여는 기본급(월급여, 명절상여금)과 성과급(PI, PS)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PI는 월 기본급의 100% 까지였고, PS는 연봉의 50% 까지였다. 내가 다닌 삼성생명의 PI, PS는 그룹 내에서도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매년 PI 100%, PS 3~40%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처음 근무를 시작하고 연봉계약서에 서명을 했는데, 기본급이 4,300만 원이었던 것 같다. PI는 두 번 지급되어 약 600만 원, PS는 한번 지급되어 약 1,200만 원이었다. 합쳐 보면 6,100만 원 정도가 된다.


학생을 막 벗어나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의 나에게 급여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것보단 나에게 직장생활이 맞는지, 이 직장이 나에게 맞는지가 중요했다. 앞서 말했듯 직장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하는 시기였다. 첫 직장이 중요한 이유다. 난 직장인의 삶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었다. 성실하고 규칙적인 생활태도는 누군가에게는 답답할 수 있는 직장생활을 크게 어렵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조금씩 모이는 돈들을 보며 의욕도 넘쳐흘렀다. 하지만 꼭 이 직장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생겨났다. 분명한 꼰대가 있었다.   


처음이 중요하다는 말은 꼰대에게도 적용된다. 처음 마주친 꼰대는 쪼렙이었던 나에게 너무나도 강력하게 다가왔다. 지금은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여럿 기억해 낼 수 있지만, 당시의 내 짧은 식견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불합리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삼성생명에는 이런 사람이 가득하다는 망상에 빠졌고, 이곳이 나와 정말 맞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처음 만난 꼰대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선배였다. 5년 정도 차이가 났던 것 같다. 열심히 일하고 업무성과도 높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문자 그대로 '너 잘되라고 했던' 얘기였을 수 있다. 자기는 그런 식으로 잘해오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시선에선 그때의 내가 지금의 MZ였을 것이다.


- 근무시간이 9 to 6인데, 7시 반까지 출근하기

- 막내는 부서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가기

- 회식 끝날 때 대리운전이나 택시를 불러 모두를 귀가시키고 퇴근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요구사항이다. 이외에 다나까라든지, 무거운 물건을 안 날랐다든지 몇 가지가 있는데 복무적인 부분이 아니어서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위의 요구사항으로 나는 신입사원 내내 오전 7시에서 밤 11시까지 회사에 있었다. 회식이 있는 날은 새벽 2시가 기본이었다. 늦게 가는 만큼 술은 더 많이 마셨고, 다음 날은 더 힘들었다. 회식 다음날 술이 도저히 깨지 않아 링거를 맞기도 했다.


처음이니깐 그냥 했다. 원래 신입사원은 그럴 것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다른 직장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것 같았다. 그게 제일 힘든 부분이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내가 왜 좀 더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을까. 직장을 잘못 선택했구나. 그렇게 결국 퇴사를 마음먹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직을 두 번하고 세 번째 직장에 있는 나의 시선으로 돌아볼 때, 큰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직장 내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부서를 옮기는 등 그 당시 선택할 수 있었던 다양한 답안이 지금은 보인다.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가족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많은 얘기를 나눠봤다면? 조금만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토록 빠르게 퇴사를 결정하기에 삼성생명은 지나치게 좋은 직장이었다.




만약 현재의 직장에 미련이 남은 채로 퇴사 혹은 이직을 고민 중인 사람이라면 지금의 자리를 유지한 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바란다. 당신의 사연을 듣지 않은 채로 말하는 게 미안하지만, '3부. 퇴사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에서 당신과 비슷한 사연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선택한 개선책이 당신에게 낙인이 되거나, 안 좋은 시선이 남게 될까 봐 두려운가? 우리는 서로에게 생각보다 더 무관심하다.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아주 많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퇴사할 수 있다. 하지만 퇴사는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극약처방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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