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멋진 곳
SK그룹 신입사원 연수는 삼성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분위기도 프로그램도 조금씩 다른데 삼성에 비해 훨씬 여유롭게 짜여 있다. 그리고 '나의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희한하게 키보드 영어 철자로도 '나' = 'SK'이다.
SK그룹은 기업의 경영철학을 매우 중시한다. 연수를 끝내고 본업에 들어가서도 1년에 수십 번은 듣게 되는 그 철학의 이름은 'SKMS'다. SK Management System의 약어로 창립자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정립한 SK의 경영체계이다. 구성원이 행복 경영의 주체이며, 구성원 행복의 확장이 곧 SK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직원들에게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강조하는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을까 싶다.
신입사원 연수는 SK텔레콤 인재개발원(FMI)에서 시작한다. 연수과정은 삼성과 비슷하다. 교육을 받고, 팀 과제나 개인 과제를 수행한다. 하지만 그 양과 강도는 훨씬 적다. 삼성 연수를 받고 SK 연수를 받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저녁에는 개인시간도 많이 주어져서 실내에 있는 당구장과 볼링장 등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연수기간 동안 주어지는 과제도 나에 대해 생각하게끔 유도하는 게 많다. 나의 성장이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공유하는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제출한 자료를 하나의 책자로 만들어주는데 지금도 한 번씩 꺼내보곤 한다. 봉사활동도 가고 UCC도 만들고 등산도 했다. 성과를 도출하기보다 체험과 토론이 주가 되는 연수이다.
계열사별 연수는 조금 더 전문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실무에서 사용할 프로그램과 용어를 배우고 실제 현장을 방문해서 업무 프로세스도 배웠다. 내가 있었던 SK E&S는 사업특성으로 각 사업 부문이 전국에 퍼져있었다. 그래서 전국으로 다니면서 연수를 받았다. 동기들은 30명 정도였는데 연수기간 동안 정말 뛰어난 인재들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팀별로 간단한 연극도 만들어서 발표를 했는데, 선정된 우수작은 경영진들 앞에서 공연도 했다.
SK연수에서 기억이 남는 것 중 하나는 숙소이다. SK그룹 통합 연수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SK텔레콤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되었다. 인재개발원은 모든 공간들이 넓고 깨끗했다. 풍경도 좋고 밥맛도 좋아서 절로 힐링이 된다.
계열사 연수는 계열사마다 달랐는데 SK E&S의 경우 워커힐 호텔이었다. 일반인이 머무는 숙소는 아니고 호텔 부지 안쪽에 있는 아카디아라는 곳인데 시설은 워커힐과 동일하다. 물품과 숙박시설이 호텔과 똑같고 뷰와 음식도 아주 훌륭하다. 이후에 워크숍이나 동기 모임 등 이곳을 여러 번 찾아가게 되는데, 갈 때마다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것 중 하나는 SUPEX김치이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맛을 내는 김치가 그곳에 있다.
연수를 받을 때는 행복 추구의 중요성을 느끼더라도, 본업에서는 실무에 치여 조금씩 잊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SK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 계열사마다 SKMS 전담 부서와 직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모든 업무에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일과 행복이 꽤나 잘 맞춰지게 된다.
꽤 오래된 기억이지만 글을 쓰는 내내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쳤던 동기들과 나. 그때의 청춘과 활력이 그립다. SK는 많은 면에서 구성원들에게 만족을 준다. 직장에서 원했던 많은 것을 SK에서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