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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워커 Oct 06. 2023

머슴살이를 해도 대감집에서 해라?

대기업 vs 공공기관 : 급여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비교할 때 가장 신경 쓰게 될 부분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 그 차이의 핵심은 초봉이다.


2012년 삼성에서의 초봉은 성과급 포함 6천만 원, 2013년 SK에서의 초봉은 성과급 포함 5천만 원이었다. 시간이 흘러 2016년 공공기관에서의 초봉은 3천5백만 원이 되었다. 약 5년의 시간차이를 감안한다면 말 그대로 2배가량 초봉 차이가 난다. 머슴살이를 해도 대감집 머슴을 하라고 했다. 왜 '大'기업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입사 초기에는 친구끼리 급여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대기업에 입사하고 받은 급여는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그때 너무 자랑해서는 안된다. 과하지 않으면서 여유는 느껴지게 표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성과급이 저번보다 많지는 않지만 이 술 값은 내가 낼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그냥 입을 꾹 닫았다. 누가 물어보면 공무원 수준이라고만 대답했다. 만약 내가 20대이고 이곳이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다면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높은 연봉을 맛봤다. 전 직장대비 쪼그라들고 쪼그라든 연봉은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치부였다. 


그러나 어디든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연차가 오를수록 차이는 꽤 많이 줄어들었다. 액수의 차이가 아닌, 심리적인 차이가 줄어들었다. 공공기관 7년 차인 지금의 연봉은 6천만 원 정도이다. 같이 삼성에 입사했던 동기는 1억이 조금 넘는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약 4천만 원의 차이인데, 양쪽의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해 보면 이 정도 차이가 계속 유지되는 듯하다. 내가 1억의 연봉을 받으면, 삼성에선 1.4억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절대적인 수치가 좁혀지지 않기에 대기업에 비해 생활수준은 뒤처지게 된다. 일상적인 소비에 있어 대기업 직원이 공공기관 직원보다 항상 여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근속연수를 감안한 생애소득으로 보면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더 많은 나이까지 일하는 조건으로 공공기관에서 받는 총급여는 대기업과 비슷해지게 된다. 


결국 급여는 선택의 문제이다. 대기업의 경우 빠르게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른 투자나 사업을 할 기회를 먼저 가질 수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투자금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성공적인 투자를 한다면 경제적 자유를 훨씬 빨리 얻을 수도 있다.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임원까지 된다면 그야말로 넘사벽의 경제적 위치를 갖게 된다. 


공공기관의 경우 빠르게 돈을 벌 수는 없지만 꾸준하게 소득이 증가한다. 투자금의 규모는 작지만, 일정하고 안정적인 급여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다. 소득이 안정적인 만큼 대출도 저리로 많이 실행할 수 있다. 성향에 따라서는 대기업에 비해 더 좋은 투자 환경으로 느낄 수도 있다. 대기업에선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데 반해, 공공기관에선 준법정신과 성실함을 입증하면 30년 이상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두 곳에서의 경험과 나의 투자 성향으로 보면 대기업보다 공공기관이 아주 조금 더 맞는 것 같다. 물론 공공기관에서는 늘 쪼들리는 삶을 살게 된다. 나도 그렇고 옆사람도 그렇고 고연차의 보직자들도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인생도 투자도 길지 않은가.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가'라는 면에서 공공기관이 조금 유리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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