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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워커 Oct 08. 2023

신입사원의 희로애락

대기업 vs 공공기관 : 신입

어려운 취업문을 통과하고 준수한 직장을 가지게 되었다. 큰 고민거리가 해결되고 많은 축하를 받지만 흥분과 기쁨은 생각보다 짧다. 우리 뇌는 행복한 상황을 참지 못하는가 보다.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고민들에 다시 주위 사람들과 비교를 시작한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의 심경변화를 적어보겠다.




대기업 취업을 성공한 순간 주변 모두에게서 축하를 받는다. 그리고 부모님들의 자랑거리 1순위가 된다. 나의 경우 할아버지께서 특히 좋아하셨다. 대기업 회장들과 친분이 생긴 것처럼 자랑을 하셔서 난처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친구들이나 선후배에게도 술을 살 일이 많다. 기분 좋게 사줄 수 있다. 대학 때의 궁핍한 삶은 이제 안녕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입사를 하면 연수를 받는다. 대기업의 규모와 화려함에 상당히 놀랄 수 있다.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하나같이 능력 있어 보이고, 자신감도 넘쳐흐른다. 스펙과 학벌이 화려하다. 업무에 투입될 때도 패기가 가득하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넘치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다들 일도 잘한다. 주변에서 소개팅이나 선자리를 많이 주선해 주는데, 웬만하면 이 시기에 연애를 하는 것 같다. 대기업 직원이란 이름표는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믿음을 주는 듯하다.


돈은 생각보다 많이 준다. 나에게는 부족함이 없었다. 내가 삼성에 입사했을 때 동기들 사이에 이상한 유행이 돌았다. SNS에 외제차를 인증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는 반증이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원하는 수준만큼 먹고 마시고 놀았다. 비슷한 나이대의 직장인 중 누구와 비교해도 벌이가 적지 않다고 느꼈다. 


하지만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면 몇 년, 혹은 몇 개월 안에 부대낌을 느낄 수 있다. 일이 확실히 많다. 쉴 틈 없이 해야만 퇴근시간에 끝낼 수 있을 일을 준다. 신기할 만큼 정확한 업무량이다. 조금 요령을 피우면 잔업이 생기고, 문제가 생긴다. 그런 부분에서 직원 간의 성과 차이가 조금씩 생긴다. 한 번씩 생기는 프로젝트성 업무는 더욱 높은 집중도와 희생을 요구한다. 이를 훌륭하게 해낸다면 능력을 인정받게 되지만 워라밸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불안감이 생긴다. 고된 노동에 대한 걱정과 짧은 근속연수에 대한 우려는 생각보다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것도 있지만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말 한마디에 상심에 빠질 때가 있다. 주변에 공무원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런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아마도 평생토록 안고 가야 할 문제이다. 개인 성향차이에 따라 이 점을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대기업의 삶이 아주 고될 수 있다. 반면 재미도 있고 열정도 쏟을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면 비교도 되지 않게 성공할 수 있다.




공공기관 취업을 성공한 순간 주변 모두에게서 축하를 받는다. 부모님들은 이제 걱정을 놓을 수 있겠다고 말씀하신다. 벌이는 적어도 안전한 게 좋다고 하신다. 그러나 못내 아쉬워하는 느낌이 든다. 친구들이나 선후배에게도 술을 살 일이 많지만 시원하게 쏠 수는 없다. 아르바이트 최저시급과 큰 차이가 없는 급여다.


임용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실컷 즐기는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임용이 되면 별다른 교육은 없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신규직원 교육을 받고 나면 업무에 투입된다. 나이가 어린 동기들은 임용되기까지의 기간 중 다른 곳에 취업이 되는 경우도 많다. 메이저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합격하면 높은 비율로 떠나는 듯하다.


공공기관에는 고시를 준비하다가 입사하는 사람의 비중이 꽤 높다. 법대의 경우 로스쿨이나 사법시험, 경상대의 경우 회계사나 세무사가 많고 이외에도 행정고시, 노무사, 법무사 등 전문직을 준비하다 실패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대기업에 비해 패기가 부족한 느낌이다. 합격에 대한 아쉬움을 잊지 못하는 직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준비했던 공부와 비슷한 보직을 배정받는 편이다. 


주변에서 소개팅이나 선자리를 많이 받게 되는데, 웬만하면 연애를 한다. 빠른 결혼을 하는 사람도 많다. 결혼시장에서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상당히 높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결혼하는 경우도 꽤 봤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처럼 서로 비슷한 직업군과의 결혼이 많은 것 같다. 가정에 대한 설계로 봤을 때 아주 안정적으로 보인다.


돈은 생각보다 더 적게 준다. 낮은 연차에선 최저시급보다 못한 경우가 생긴다. 취업을 했다고 생활수준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다. 씀씀이도 과하게 할 수 없을뿐더러, 결혼자금이나 기타 원하는 것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많이 아껴야 한다. 히지만 호봉은 계속 오르고 미래 소득에 대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는 용이하다. 


뛰어난 사람은 공공기관에서도 티가 난다. 책임의 문제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일들이 많은데, 솔선수범해서 놀라운 업무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능력과 보상이 연결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어려운 일을 많이 안 해본 사람들이 고위직이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리고 조금씩 불안감이 생긴다. 생각보다 급여는 오르지 않는다. 선배들의 상황을 보면 연차가 쌓여도 경제적인 고민이 해소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주변에 대기업이나 고소득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는 있다. 고 연차의 선배들은 적은 업무량에 비해 돈을 많이 받는 듯하다. 연차가 쌓이면 나도 그렇게 되리라고 다짐하게 된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의 기분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글로 다 표현 못한 희로애락이 매일매일 생긴다. 대학생활과 비교해 보면 사람도 업무도 너무 불친절하다. 매일 같이 감정소모를 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과 비교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고 실제로 상당수가 떠난다. 


이직을 두 번한 선배의 입장에서 조언하자면 이때의 고민에 너무 깊게 빠질 필요가 없다.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줄이자. 첫 1년은 적응한다는 마음으로만 임하면 된다. 혼자 고민하기보다 동기나 선배와 대화하는 게 좋겠다. 프로 데뷔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당신은 대단하다. 반드시 신인상을 받겠다는 의욕이 되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직장을 너무 부러워하지 말자. 사실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한다. 당신이 생각지 못한 단점이 그곳에 반드시 있다. 너무 빠른 결정도 하지 않길 바란다. 직장이란 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장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밀도 있게 느껴보자. 그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앞으로의 길고도 긴 인생을 심도 있게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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