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or워커 Oct 16. 2023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대기업 vs 공공기관 : 사람

직장이 다른만큼 사람도 다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선택한 당신의 옆에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대기업은 성과로 말한다. 업무 처리능력으로 급여, 직급은 물론, 퇴사까지 결정된다. 근속 기간 내내 경쟁이 필연적이다. 팍팍하다고 생각하는가? 대기업에는 이 경쟁을 수용한 사람들만 모여있다.


한 팀장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당시 직급은 부장이었는데, 지금은 상무로 진급했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임원을 맡고 있는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그는 부서를 가리지 않고 회사의 모든 일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자신이 해결하고자 했다. 상사로 만나면 괴로운 스타일인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였다. 나보다 많이 알고 나보다 똑똑하고 나보다 부지런했다. 교육도 회의도 꼭 직접 참석하고자 했고, PPT나 보고서도 본인이 직접 작성하곤 했었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회사 사람 대다수가 그를 어려워하고 불편해했다. 한 번은 회식자리에서 그 팀장이 게임을 하나 제안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런 점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임이었다. 내 평생 그런 게임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술자리에서 마음상하기 딱 좋은 게임이다. 그 게임을 시작함과 동시에 우리 모두는 업무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대꾸하지 못했다. 그 팀장은 실제로 모든 부분에서 솔선수범하고 있었다. 


그와 대비되는 사람도 있었다. 직급은 사원이었다. 10년이 넘게 근무를 하였지만 아직 사원인 그에게 '대리'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실제 직급을 떠나 우리는 모두 '00 대리님'이라고 불렀다. 부서원의 개인적인 대소사에 관심을 갖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회사 사람 대다수가 그를 좋아했고 편안하게 여겼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평가는 그의 직급에서 이미 알 수 있었다. 업무적으로는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매년 성과평가를 하는 시기가 되면 괜스레 함께 있기가 곤란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회사에서 한 번 눈 밖에 난 그에게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최근에 그가 퇴사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결국 그날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기업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둘이다. 대기업에서는 모든 것이 상대평가이다. 이 상대평가는 앞서 말한 S, A, B, C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S, A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경쟁이 필연적이다. 그래서 모두가 모든 일에서 박차를 가한다. 아마 퇴사하는 그날에도 누가 더 퇴직금을 많이 받는지 경쟁할 것이다. 삼성에서 당시 차장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건 앞으로 치열한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다."   




공공기관은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하다. 놀라운 성과를 만들기보다는 큰 사고 없이 공익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한다. 기관 자체가 잘 나서지 않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공공기관 근무자들은 결국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상사는 역할 자체가 다르다. 대기업에서는 부장급도 실무를 하지만, 공공기관의 상사는 결재자의 역할을 한다. 그 결재도 무수한 결재라인 중 하나이기에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또한 교육이나 회의는 중요성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실무자가 참석한다. 상사는 회의 보고서를 결재할 뿐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 일화가 있다. 나는 입사 둘째 날, 정부에서 주관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으로 갔다. 당시 부서장은 나에게 출근하지 말고 바로 KTX역으로 가라고 했다. 처음엔 내가 업무경력이 있어서 이런 판단을 내린 건가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냥 문화였다. 내 선임 담당자는 이미 다른 업무에 배치가 되었고, 나는 입사 첫날부터 정부 사업 담당자로서 실무자 회의에 참석하러 간 것이었다. 업무 숙련도나 업무의 경중을 떠나 일도 책임도 실무자의 몫이었다.


내 입사동기 한 명은 이런 문화에 시달려 퇴사를 결정했다. 입사와 함께 인사업무를 담당한 그는 제대로 된 업무인수인계도 없이 책임이 막중한 업무를 맡았다. 몇 달 동안 매일 같이 야근을 했다. 그 기간 나에게 한풀이를 수도 없이 쏟아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나만 일하고 있다. 문제가 생길까 봐 너무 두렵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나랑 같이 떠나자." 화를 쌓고 쌓던 그는 결국 퇴사했다. 충격적으로 그 업무를 맡은 그다음 신규도 몇 달 만에 퇴사를 했다. 그 사달이 난 이후에 해당 업무는 신규가 아닌 자에게로 갔고, 또 2명에게 배분되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절대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해 해결한다. 하지만 먼저 나서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부서 간 밀어내고 개인 간 밀어낸다. 결국 힘이 약한 곳에서 어려운 일을 한다. 비슷한 조직인 공무원도 같은 문제로 골치를 겪는다고 한다. 




위의 글은 아주 극단적인 예시이다. 하지만 두 기관의 기본적인 성향을 표현하기에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업무 중 마주하는 대부분의 동료들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능력있고 친절하고 배려도 많다. 그렇지만 좀 더 먼 거리에서 두 곳의 사람들을 비교하면 확실히 보인다. 대기업에는 '경쟁의식'과 공공기관에는 '회피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만약 두 곳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전 10화 연봉이 좋아? 호봉이 좋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