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금요일은 12월 30일인데요?!
나는 술을 꽤 좋아한다. 맛있는 반찬을 보면 어울릴만한 술이 생각난다. 그래서 술자리도 딱히 피하지 않고 가끔은 회식을 기다릴 때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년회 공지. 12월 30일(금)'
두 눈을 의심했다. 금요일. 그것도 12월 30일에 회식을 잡다니! 심지어 1월 1일이 일요일이기에 새해맞이 휴일이 이틀 밖에 없는 연말이었다. 회식 때 술을 많이 마신다면 술기운에 헤롱거리면서 새해를 맞이하라는 뜻인가? 이런 날은 당연히 가족이랑 함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송년회 공지 후 참석 인원을 조사하는데, 역시나 MZ세대는 모두 불참하였다. 너무 많은 불참 인원을 보며, 차마 불참을 말하지 못했다. 원하는 바를 똑바로 말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참 한심스러웠다. 못간다는 말을 할까 말까 몇 번이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결국 회식에 갔다. 1차로 끝내겠다는 다짐이 내가 선택한 최선책이었다. 회식장소의 손님들은 역시나 가족이나 친구단위 모임뿐이었다. 누구도 직장동료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회식 참석자가 너무 적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그야말로 '할말하않'이다. 그렇게 1차가 끝났고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도망치듯 나왔다. 굳은 결심 덕분인지 나도 나왔다. 2차 이후에는 1차만 하고 도망친 사람이 왜 이렇게 많냐는 쓴소리가 나왔음이 분명하다. 집에서도 그 생각으로 분통이 터졌다. 한 해의 마무리가 스트레스로 가득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참 별일 아니지 않은가? 지금도 이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끄집어내지 않는다면 떠오르지도 않을 일이다. 몇 년이 지나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일이다. 그런데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별것도 아닌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에 또 스트레스를 받았다.
윗 세대의 경직된 문화와 MZ세대의 개인적 문화사이에서 매번 가치관의 혼란을 느낀다. 어느 쪽으로도 공감하지 못했다. 회식은 가되, 1차에서 도망친 나의 행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옳고 그름은 없다. 다름이 있을 뿐이다.' 머리로는 이 말을 떠올려보지만 몸과 마음은 왜 이렇게 불편할까?
직장생활을 꽤 했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이 참 쉽지 않다. 직장도 살아있는 유기체임이 확실하다. 환경과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다. 윗 세대는 큰 변화 속에서 적응이 얼마나 어려울까? 요즘 세대는 꽉 막힌 사람들을 보며 얼마나 답답할까? 그 사이에 낀 우리는 위로 붙었다 아래로 붙었다 한다. 양쪽에 맞춰가는 중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박쥐나 다름없다.
기원전 425년 소크라테스도 말했다고 한다. "요즘애들은 버릇이 없다." 수천 년 동안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쓸 수 있는 명언 중의 명언이다. 흐름과 변화는 시대와 나라를 떠나 언제 어디에서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모든 변화가 결국엔 좋은 쪽으로 향한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 스트레스받는다고 누구도 좋아지지 않는다. 문제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에 지나치게 고통 받지 않는 사람, 좋은 변화에 즐겁게 가담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