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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워커 Feb 23. 2023

맞벌이 육아는 신의 영역인가?

올해 첫째 아들이 7살, 둘째 딸은 4살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나 아빠가 집에 없던 적이 없었다. 와이프와 내가 돌아가면서 육아휴직을 썼기 때문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도 일찍 끝나는 곳을 다녀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여유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이젠 많은 것이 바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것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와이프가 복직을 했고 맞벌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육아는 사실 꿀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당장 유치원이 문제였다. 전에는 부모 초청 행사도 많고 가정생활도 중시하는 좋은 유치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맞벌이를 시작하니 모든 것이 반대로 보인다. 왜 이렇게 행사가 많고 방학이 긴지 모르겠다. 봄방학이 한 달이고 여름, 겨울방학까지 하면 거의 4달을 운영하지 않는다. 이게 말이 되냐고 따지고 싶다.


그리고 희한하게 유치원 등원, 하원시간이 출퇴근시간에 조금씩 비껴 나간다. 이래저래 맞춰보려고 노력했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단축근무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소득은 줄어들었고 직장일은 더 바빠졌다.


아이들이 아플 때는 또 어떤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으면 모든 것이 조급해진다. 아이도 걱정이고, 일도 걱정이고, 내 정신상태도 걱정이다. 만약 유행성 질병에 걸렸다면 꼼짝없이 며칠 동안 휴가를 써야 한다. 아프다는 애가 집에서는 왜 또 이렇게 난리를 칠까? 하루종일 정리를 해야 한다.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아도 걱정, 나빠도 걱정이다. 


맞벌이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이 정도면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밤까지 그야말로 전쟁 같은 날들이 펼쳐진다. 어떻게든 애들을 일찍 재우고 나도 일찍 자야 한다. 다음날 등원 준비가 늦지 않을까 하는 압박감도 상당하다. 맞벌이를 하면서 첫째를 키웠다면 둘째를 낳지 못했으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상 외벌이 생활이 쉽지 않은 가정이 많다. 급여에 비해 집값과 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 혼자 벌어서 네 사람 배를 채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가족의 크기는 줄어서 부모님께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요즘엔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 육아독립군이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직장인이라는 우리의 위치는 참 많은 것을 요구받는다. 일만 해도 지치는데, 육아에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전반전, 후반전을 뛰고 집에 오면 연장전을 뛰는 셈이다. 도움받을 곳 없는 맞벌이 육아독립군은 이 세상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일찍 퇴근하는 와이프 덕에 내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만약 둘 다 오후 늦게 업무가 끝난다면 그 어린것들이 학원을 몇 개나 더 다녀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들은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직장과 육아. 병행하기 참 어려운 일이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 잘 살아가고 있기에 유리해진 부분도 분명히 있다. 안정적인 급여와 근무시간은 '가족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실제로 개인 사업을 하는 친구 하나는 가족과의 시간이 훨씬 적다고 한다. 일하는 시간과 소득이 들쭉날쭉하기에 온전히 가족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반면 직장을 다니는 나는 퇴근과 동시에 온전히 남편과 아빠의 역할만 수행한다. 때 묻지 않고 밝게 커가는 아이들과 놀 때면 세상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몸은 고생스럽지만 집에 있을 때는 정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의 행복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올 한 해 맞벌이를 하면서도 우리 가정의 행복을 계속 이어 나가 보겠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 또 육아휴직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도 좋게 만들어야 한다. 목표로 삼고 있는 일들이 성취되기를 바라고 있고, 그만큼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보다 훨씬 어려운 육아를 하고 있는 맞벌이 가정이 많을 것이다. 정말 무조건 존경한다. 맞벌이 육아를 하는 모든 분들의 가정에 행운과 행복이 깃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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