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or워커 Jan 11. 2023

1억의 힘

1억이란 숫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

자아실현이니 뭐니 덧붙일 수 있지만, 직장을 다니는 첫 번째 이유는 결국 돈이다. 하지만 월급은 언제나 부족하다. 그렇게 거의 모든 직장인들은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다. 유튜브가 활성화된 이후에는 더욱 관심이 커졌다.


재테크에 대한 글이나 영상을 접하다 보면 1억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다. 어떻게든 시드머니 1억을 먼저 모으라고 한다. 마치 1억이 생기면 그 뒤의 멋진 세상이 펼쳐지는 것처럼 설명한다. 그런데 웬걸. 겪어보니 거짓이 아니었다. 1억은 아주 강한 힘이 있었다.


SK연수 때 돈에 대한 강의가 하나 있었다. 강사가 누구인지 강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1억에  대한 이야기는 잊히지 않는다. 


"교육장에 오는 길에 부동산이랑 전화 한 통화했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아파트를 하나 사는 건데요. 선금을 많이 줄 테니 매매가를 낮춰달라고 했습니다. 당장 1억을 줄 테니 1천만 원 깎아달라고 했죠. 그리고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 현금 1억은 이렇게나 힘이 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를 수 있어도 이때 강사의 기분과 1억에 대한 애찬론은 확실히 기억한다. 이제 겨우 신입사원이 된 동기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1억이란 목표의식을 잡게 해 주었다. 막연하지만 일단 1억을 모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소중히 여기는 노트에 기록을 했다. (여담이지만 와이프는 이 노트를 눈물노트라고 부른다. 이 노트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그런 이름을 붙였다. 이 노트에는 내가 직장인이 되고 난 뒤에 고민하고 선택한 많은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 연애와 결혼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자녀들까지 추가되었기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이 훨씬 많아졌다.)



대기업은 확실히 돈을 많이 준다. 처자식도 없는 1인에게 주는 돈으로 과하다 싶다. 차를 사고 연애를 하고 매년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성과급이 꽤 나오는 달에는 계좌가 빵빵해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1억이라는 돈은 너무나도 높은 산이었다. 차곡차곡 쌓는 걸로는 오르지 못한다고 생각될 만큼 큰돈이었다.


최근엔 여기저기서 듣게 되는 돈의 규모가 워낙 커져서 1억이란 돈이 커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혹시 한 달에 100만 원 이상 저축하고 있는가? 1억을 모으기 위해 한 달에 100만 원씩 저축하면 약 8년이 걸린다. 억이란 단어가 익숙할 뿐 모은다는 마음으로 보면 아주 큰 금액이다. 내 경우에도 자산이 계속 늘어가기는 했지만 희한하게 1억이란 고지는 달성하기 어려웠다. 고지 근처에 가면 생각지 못했던 큰 단위의 돈을 쓰는 일이 반복되었다.


1억이란 확실한 목표의식이 없었다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만족했을 것이다. 1억에 가까운 돈이 아니라 정확히 1억을 넘어서기 위해 계속 내달렸다. 산술적으로 계산도 참 많이 했다. 저축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노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용돈을 얼마나 드릴지 등 다양한 상황을 고민했다. 그리고 예금, 적금, 청약통장 등 자산현황을 매월 업데이트했다. 자주 보지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정리했다. 자산이 증가하는 것을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생겼다. 숫자를 눈으로 보는 게 중요했다.


결국 1억을 달성한 날이 기억난다. 누가 물어봤을 때 "그럭저럭 1억은 모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그날, 직장인으로서 목표 하나를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숫자를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다. 성취감이 내 안 가득 자리 잡았다. 직장이란 곳이 그래도 내게 도움을 주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대기업에서 몇 년 동안 근무해도 땡전 한 푼 모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가 많거나, 월세가 많거나, 비싼 차를 샀을 수 있다. 학자금 대출이 많거나 가정에 큰돈이 필요하다는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반면 적은 급여지만 투자나 부업을 통해 돈을 빠르게 모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의 상황이 어떻든지 간에 1억이란 숫자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달성까지의 시간보다 달성의 유무가 훨씬 중요하다. 1억은 노력 없이 이룰 수 없는 아주 높은 숫자이다.


사실 그 뒤의 재테크가 잘 되지도 않았고, 이렇다 할 부자가 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늘 자신감은 있다. 나는 그 정도 돈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고, 그 정도의 손실도 감당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은 내 곁에서 평생 나를 도와줄 것이다. 큰 부자가 된 그날에도 나는 이 모든 건 1억의 힘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전 15화 퇴근길에도 직장일을 생각하는 당신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