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8시간만 제공하자.
직장과 관련된 고민 없이 후련하게 퇴근하는 게 언제였던가 싶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퇴근길 위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머릿속에 피어오른다.
'내가 이 건을 보고했던가?'
'더 큰 문제로 이어질 것 같은데......'
'아, 보고서에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
'이렇게 큰 사고를 치다니'
'징계는 백프로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눈덩이처럼 커져서 가슴을 짓누르게 된다. 퇴근길 내내 끊지 못한 고민은 결국 집까지 모셔오게 되고 잠들기 직전까지 괴롭힘 당한다. 심한 경우 잠에 들지도 못한다. 우린 분명 하루 8시간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많은 시간을 바치고 있다. 퇴근길, 집, 출근길까지 직장일을 생각하게 된다면 24시간을 바치는 것이다. 자유가 1도 없다.
직장일은 반드시 직장에 두고 와야 한다. 이 글은 사실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2022년은 정말 힘든 한 해였다. 하는 일마다 실수를 저질렀고, 실수는 여지없이 큰 문제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문제들은 연말까지 계속 반복되었고 사건은 연이어 발생했다. 집에서도 늘 우울감에 빠져있었다. 뭘 해도 안된다는 패배의식이 자리 잡았고 출근길이 지옥 같았다. 당장 회사를 그만둬야 할 것 같았고, 그만두고 싶었다. 하루하루 시간만 지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고통은 오로지 내 머릿속에서만 벌어진 것이었다. 지나고 보니 내가 하는 일들에서 큰 실수는 없었다. 큰 문제인 것처럼 보였던 것들은 그저 업무처리과정일 뿐이었다. 집이나 출퇴근길에 끙끙대며 고안했던 해결책들은 실상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모든 고민거리들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고, 아무런 문제 없이 2023년이 되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 하루하루 기분 좋게 퇴근한다.
직장인이 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매년, 매월, 매주, 매일 쓸데없는 걱정을 만들고 있다. 전혀 필요치 않은 고민으로 소중한 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지금 이런 글을 적고 있지만 내일은 또 모를 일이다. 나만 그런 건지 인간이 원래 그런 건지 감정을 다스리는 게 참 쉽지 않다.
지금도 직장이 아닌 곳에서 직장일을 생각하는 중인가? 제발 그만두길 바란다. 본인의 감정에도 좋지 않고 가족의 행복에도 좋지 않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일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게도 확실한 해소방법은 없다. 이런 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고 단련할 뿐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직장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면 책을 읽는다. 감정에 대한 책도 읽고, 소설도 읽는다. 중요한 점은 책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 음악도 듣는다. K-pop과 클래식을 주로 듣는다. 중요한 것은 음악에 집중하는 것이다. 감정이나 감각에 집중하면 고민에서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평온한 내가 된다.
일주일 뒤면 당신의 고민은 사라진다. 1년 뒤면 당신은 왜 그런 고민을 했는지 의아할 것이다. 5년 뒤면 무엇이 고민이었는지 고민거리 자체를 잊을 것이다. 직장에 대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지금 당장 좋아하는 음악이나 책에 집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