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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티 Aug 31. 2023

글쓰기는 무료 성형시술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마더 테레사가 아닌 한,

‘당신 참 이타적인 사람’이란

소리를 듣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이타심 또한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순순히 인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이타심은 생각과 마음만으로는 어려운 일이기에 행동과 몸까지 움직여야 하는데 도통 나는 이타적인 인간의 흉내는 내고 싶었지만, 몸과 마음의 부조화가 늘 나를 멈춰 세웠다. 한계를 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못 박힌 것처럼 날 가둘 때가 많았다.     



1. 디톡스 해 드릴게요.

  

  오늘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이타심으로 포장한 이기심에 대해 묻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되니 말 보다 글이 빨라지고, 글 보다 손이 빨라지는 이상한 타이밍에 내가 봉착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음속에, 입 속에, 생각 속에 할 말이 꽉 찼는데 이제는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 꺼내놔야만 하는 시점. 나는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게 첫 번째 글을 쓰는 이유였다. 말하자면 뭔가 속에 꽉 차서 터지기 일보직전에 써야만 했다.   



2. 시력 교정해 드릴게요.

  두 번째는 좀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임산부처럼 좋은 것 보고 좋은 것 먹고, 좋은 말만 하는 그런 거. 그러나 모든 것은 순리대로다. 좋은 것을 먹어야 건강하듯 좋은 것을 보려면 정확한 눈, 건강하고 바르게 보는 관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고 엉터리로 보고 먹고 행동하는지 글을 쓰다 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3. 보톡스 주입해 드릴게요.

   세 번째는 어릴 때 꿈이었던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어렴풋한 희망사항 같은 게 있어서였다. 아무 준비도 없이 그런 게 가능해? 그냥 막연했는데 쓰고 싶은 인생의 글을 만난 것 같았다. 어린 시절 내 편지를 받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는 친구가 내게 말했다

  -이티야~ 네가 드디어 인생의 책을 만났구나. 네가 보낸 편지들을 볼 때마다 타고난 악필인 내가 네 편지에 쓰는 답장만큼은 죽을힘을 다해 정성껏 써서 보냈던 기억이 난다. 친구야, 지금부터 시작하면 어때. 너의 때가 언제 올까 늘 지켜보며 안타까웠는데 축하해. 친구는 그 뒤로 자신도 자신이 좋아했지만 망설이던 일을 시작했노라고 연락해 왔다. 내 친구는 나를 일찍이 알아보고 마음속으로 그토록 염원했는데 정작 나는 다른 길로만 돌고 돌아왔으니, 그래도 좋다.    

 



 나도 이타적인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이기적인 사람임을 알게 되고 멋진 글을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삶을 쓰게 된다. 사실 나의 삶 말고 뭘 쓸게 더 있을까?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앞으로는 살을 쓰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것들을 파고들어 깎아 내고 도려내고 파헤쳐야 진짜가 나오는 묘미를 글을 쓰며 느끼고 있다.      

  나는 원래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이다.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그런데 글쓰기에 묘미가 그 어떤 것보다 재미있다. 포장하지 말고, 덧붙이지 말고, 뻥 치지 말고 솔직하고 정직하게 나와 맞서는 시간.    

  

  거울을 반짝이게 닦아 놓고 나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오늘도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활자 위의 나와 만나는 것. 이 시간이 즐겁다. 낯선 나의 모습이지만 즐겁고 행복하다.     

  결국 글쓰기는 나를 위해 쓰는 게 맞다. 행복한 내가 쓴 글이 그 누구에겐가 날아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건 부록쯤 되는 거 아닐까.

우 이기적인 인간 인간

  글 쓰는 이유가 글 쓰기의 유익으로 대변되는 즐거운 현실.


  돈 안 내고 성형시술받으러 오늘도 나는 브런치로 출근했다. 당장은 몰라도 1년 후, 2년 후 나는 좀 더 예뻐져 있지 않을까 싶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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