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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티 Sep 01. 2023

용기가 필요해?  사랑이 필요해?

-기회를 드릴게요-


얼마나 많은 사랑과 용기를 발휘할 기회들을 날리고 여기 서 있는 걸까?



  가 보지 않은 길. 망설이던 길. 그래서 미루고 미루었던 길. 인생의 전반부를 다 낭비해 버린 것 같은 그런 타이밍에 나는 글을 쓰겠다고 했다. 한치 건너 두치의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용기 있다’, ‘멋지다’, ‘네가 하면 나도 해 보겠다.’ 온갖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과 나의 가족들의 반응은 ‘그러게 내가 10년 전부터 하라고 했지?’. ‘이제 와서?’…….

  그럴 것 같으면 내가 20년 전에 싹이 보일 때 시작했겠지라며 나 또한 나에게 자신이 없었다. 그냥 나이가 들어 용기가 부족한 거라 생각했다. 나이 앞에 숙연해졌겠거니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용기 부족이나 겸손이 아닌 실력 부족이었고 그것에 대한 나의 공포 수준의 두려움이었다. 한 발 앞으로 내디딜 때 나에게 엄습하는 그 두려움.     


  사람들은 내가 새로운 일을 아주 잘 벌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인 내가 생각할 때 나는 새로운 일 앞에 무척이나 두렵고 떨리고 머뭇거린다. 그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수록 더하다. 애정이 덜할수록 빨리 덤볐다 빨리 돌아설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애정할수록 그것에 덤비는 것을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아마도 글쓰기가 그런 영역이 아니었을까. 내가 애정하는 숙명이라고 여기지만 섣불리 시작할 수 없는.     

1. 우연한 기회

  시작을 하고 보니 난관이 하나 둘이 아니다. 변화된 SNS의 환경은 예전의 그것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인정 없다. 보여주는 것이 일상인 그런 환경에 적응하기도 어렵지만 보여줄 것도 없는 나로서는 부담스럽고 끼어들고 싶지 않은 판이라 또 자기 합리화를 일삼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인지 코로나 직전에 나는 글쓰기를 해 보겠다고 그 게으른 몸을 이끌고 강남으로 가서는 젊은이들 틈에서 열심히 스테르담 작가님의 강의를 필기했다. 돌아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그때가 바로 글을 써야 하는 기회였다. 하지만, 나는 놓쳤다. 망막했기 때문이다. 준비가 안 되었던 거였다.     



2. 또 한 번의 기회

  코로나가 끝날 무렵 우연히 친구 때문에 시작한 인스타에서 팔로우 한 작가의 글을 읽다가 묻어 두었던 소설세포가 살아났다. 고요한작가님의 동인천 배경이 나오는 작품은 나를 깨웠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었다. 이번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3. 그래서 다시 붙잡은 기회

  무턱대고 쓰기보다 나는 다시 강의 수강했다. 제법 긴 강의였지만 논리 정연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퀄리티 높은 강의였다. 역시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며 자화자찬하며 모든 공을 나에게 돌리며 공부했다.      



4. 글루틴 2기(3기였나?)

  그러고 나서 올해 초에 글루틴을 신청하고 해 봤다. 무루틴이 루틴인 나에게 20일간의 글루틴은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너무 힘든 행진이었다. 잘하다 끝에 가서 하루는 12시를 넘기고 한 두 번은 인증을 못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 스스로에게 대견했다.



4. 말 잘 안 듣는 사람 & 말 잘 듣는 사람

  ‘열심히 계속 쓰세요. 쓰니까 작가입니다. 응원합니다’ 한결같은 팀라이트 운영진들의 응원과 격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그다음 단계를 못 나가고 오랫동안 주저앉아 있었다.

  그래도 소설 때문에 다시 힘을 내서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썼다. 그래서 나의 여름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방에서 에어컨 전기요금과 A4용지만 축내지 않았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열심히 썼다.

  나에게 용기를 주는 친구는 내게 응모를 해 보란다. 헐~ 전혀 준비가 안 되었는데? 목표를 갖고 쓰라는 말이란다.

  아~ 나 순진하니까 놀리지 마라!

  그런데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밤새도록 맴돌던 날 잠을 설쳤다. 그래서 일단 브런치부터 시작해 보자는 심정으로 이리저리 엉망진창으로 글이 굴러다니는 작가의 서랍을 열었다. 마음먹기 나름인지 신기하게 어떻게 정리를 해서 작가 신청을 해 볼지가 눈으로 보였다. 세상에~     

  그렇게 일단 나는 브런치 작가에 합격을 했다. 누가 물어본다. 어떻게 된 거냐고? 그런데 답은 똑같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한 가지는 알겠어요. 글루틴 하면서 써 놓았던 글들을 잘 모았다가 다듬고 정리해서 냈어요. 물론 그 후에 좀 더 쓰고 발전시키긴 했다. 그런데 글루틴의 글들이 귀한 자산이 되었다.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던 날 밤, 나는 내가 얼마나 겁쟁이이고 비겁한 사람인지 직면해야 했다. 평가와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던 나를 정직하게 직면하고 아프고 힘들지만 한 발 내디디며 두려움의 반대말은 용기가 아닌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를 믿고 끝까지 용기를 주는 사람들의 사랑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2007년 상영했던 영화

<에반 올마이티>

<부르스 올마이티>의 후속 편.


용기와 관련해  잘 인용하는 영화다


힘겹게 낸 용기 앞에 머뭇거리지 말기



한 발 힘껏 내딛기









 

   ‘저를 용감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기도하면
 <용기>를 주실까요?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주실까요?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면
 <사랑>을 뚝 떨어뜨려 주실까요?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까요?
<인내>와 <감사>에 대한 같은 명대사가 이어진다.  



   

이제는 더욱 용기를 발휘하고 사랑을 발휘하며 살아야겠다.   

            

#에반 올마이티 #글루틴 #팀라이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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