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티 Sep 06. 2023

대리 운전 말고 대리 만족?

- 델마와 루이스 버전 2 -

  낮에 우연히 대리운전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었다. 대리운전은 술을 마셨거나 부득이한 이유로 자가운전이 어려운 경우 부르는 특수한 형태의 서비스이다. 

  대리만족이란 글감을 보며 어떻게 글을 풀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대리 운전이 나를 대신해서 누군가 운전을 해 주는 것에 비해,

대리 만족이란 그것과는 활용도 다른데 나는 굳이 그것을 떠올렸다.

  내가 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누군가 대신 운전을 해서 나의 불편 사항을 해소함으로 만족을 주는 행위?

그걸 대리 만족이라 할 수는 없지. 그렇다면 나는 살면서 혹시 진정한 만족을 얻기 힘드니 대리 만족하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곰곰 생각해 봤다.

  아주 쉬운 케이스로 나에게 과자, 케이크, 떡볶이가 아닐까 싶었다.

그것들은 내가 뭔가 도달하거나 넘어야 할 어떤 일 앞에서 조금 더 노력하거나 인내가 필요할 때 그것들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쉬운 선택의 일환들이다. 간편하고 쉬운 선택으로 대리 만족하는 것.


   제주에 온 지 둘째 날이 되었다. 나에게는 하루라도 그냥 흘려보내는 게 너무 아까운 나날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친구와 함께 쇠소깍을 걸으며 반나절 동안 9600보 가까이 걸었다. 친구는 물론 매일 운동으로 다져져서 그 정도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절경과 함께, 또한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걷는 길은 즐거운 길이었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는 '사랑'이 필요하다. 그것이 채워져야 만족한다는 진리, 그것 앞에 몸은 피곤하지만 영혼즐거운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만족. 그것은 결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란 걸 또 한 번 느끼는 그런 시간이었다. 스스로 작은 일에 기뻐하고 만족하는 날이 많기를 스스로에게 다짐해 보는 날이었다.


  그래서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진정한 기쁨으로 매 순간 충만하기를.

과자나 떡볶이, 케이크가 아닌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노력하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것. 그것이 대리 만족이 아닌 만족을 추구하는 길 아닐까.

 그리고 너무 크고 원대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닌, 잠깐의 기쁨도 내겐 큰 만족이 아닐까 생각하는 하루였다.


제주의 밤은 푸르기만 할까?


작가의 이전글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