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워서 지리하게만 느껴지졌던 휴가가 끝나는 오늘 나는 우연히 예전에 마이콜이 살던 동네에 왔다. 정확하게는 운전하며 지나가다 차를 멈췄다.
마이콜은 한 때 나의 우상이었다. 나와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닥친 어려운 일들을 듬직하니 뭐든 척척 해결해 줬다. 흠이 있다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콧수염과 나보다 긴 생머리라고나 할까.
마이콜은 자신을 마이콜이라 부르면 이맛살을 찌푸리며 콧수염을 아래위로 씰룩였다. 자신은 한국의 조지 마이클이 되고 싶어 펌을 하려고 머리를 기르는 중이라고 했다. 그럴 때면 나는 마이콜에게 넌 조지마이클이 아니라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이라고 말해 줬다. 마이콜은 키가 188cm의 장신이었다. 그 키에 긴 머리를 찰랑이며 다니면 사람들이 한 번씩은 다시 쳐다 봤다. 나는 솔직히 그런 그가 좀 창피했다. 평범하지 않고 너무 튄다 여겨져서. 다른 사람들은 마이콜을 조금 어려워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 녀석은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나이를 두 세살 많게 말하고 다녀서 가끔 나를 난처하게 만들곤 했다. 그래서 마이콜이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마이콜은 내가 놀리든, 힘든 부탁을 하든 개의치 않고 언제나 충성스런 흑기사가 되어줬다.
마이콜의 집은 정확히 어딘지 모르지만 지금 내가 멈춘 큰 사거리에 있는 주택 위에 커다란 광고판이 얹혀진 집이었다. 그 광고판은 잘 바뀌지 않았는데 어쩌다 한 번 바뀌었을 때 우리는 거기에 있는 광고 회사를 마이콜의 이름 대신 부르곤 했다. 그리고 그를 김회장이라거나 김사장이라 불렀다. 우리는 밥을 먹다 돈이 부족하거나 귀가가 늦어 택시비가 없을 때면 마이콜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대학에 진학하고 그는 재수하던 무렵에도 그는 언제나 충실했다. 마이콜은 어려운 부탁 앞에서 단 한번도 몸을 사리거나 피하는 법이 없었다. 콧수염을 휘날리며 달려온 마이콜에게 단 힌번도 제대로 고맙단 인사도 못했다는 걸 그를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을 때서야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고마운 마음을 비겁하게 속으로 혼자 되뇌이곤 했다.
-그러니까 넌 My Call.
재개발을 앞두고 폐허가 된 마이콜이 살던 집 근처를 바라보며 오늘은미안했고 고마웠다는 의미로 그가 불리고 싶었던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한국의 조지마이클.
그리고 한 때 나의 영웅이었던 그를.
ㅡ안 가고 뭐해?
ㅡ어? 가야지. 가요. 콜~
그렇게 길고 길었던 휴가는 마이콜의 집 앞에서 끝났다. 이젠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