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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용 Aug 16. 2019

6-1 육아 관계론  

 

  


 요즘 육아 베스트셀러라고 불려지는 육아책에서는 방법론적인 접근만을 강조하는 책들이 많다. 뛰어난 자녀 공부법, 조기 영어 공부법, 엄마의 자존감을 높여 주고 위로해 주는 책들, 뇌과학 책들이 일부 독자에게 필요하기는 하나 육아와 가정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이야기는 잊히고 있는 것 같아 한 명의 아빠로서 안타깝다.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아이는 어릴 적 가정에서 배운 기본적 가치관과 인간관계를 가지고 사회로 나간다. 그리고 아이들의 가치관은 교육 기관에서의 경험과 가르침과 어우러져 성인이 되며 본인만의 생각으로 자리 잡게 된다. 가정에서의 몇 년의 시간은 아이 전 생애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아이의 삶의 태도를 결정하며 아이의 추후 인간관계를 보는 시각을 결정한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 있어 삶의 의미와 맞닿아 있고 행복과 불행에도 걸치고 있다. 그렇기에 육아는 거듭해서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으며 부모는 좋은 육아를 자녀에게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며 스스로를 씻어야 한다. 


 육아 관계론이 우리 가정의 삶에 녹아들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개개인에 맞춰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모든 가정의 행태가 다른 모습을 띄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없는 아빠에게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라는 주문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간략하게나마 각 관계에 대한 각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육아 관계론의 적용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육아 관계론은 1. 아빠와 엄마의 관계 2. 엄마와 자녀의 관계 3. 아빠와 자녀의 관계 세 가지 관계성으로 이루어진다. 이 세 가지 관계에서 대화나 행동을 보며 자연스러운 가정의 모습을 관찰하고 가정의 방향을 배우자와 자녀와 함께 이야기해보자.  

 

1. 아빠와 엄마의 관계 

 우선 일방적인 관계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집안의 중대사 및 사소한 일들이 누구의 결정 아래에서 행해지는지 그리고 충분한 부부간의 토의를 거쳐서 이루어지는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크게는 이사를 갈 때 이사 장소와 시기부터 아이의 장난감을 어떤 것으로 사줄지, 어떤 가전제품을 사는지에 관해 의사결정 과정을 되짚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여러 영역에서 보다 전문적인 사람이 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맞으나 대부분의 일들을 한쪽에서 결정하는 관계성의 측면에서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지나치게 독단적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러한 결정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눌 때 상호 영향력이 발생하며 관계의 실이 두터워진다고 믿는다. 설령 내 말이 맞을 지라도 서로 이야기하고 토론이라는 과정을 통해 의사를 결정해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작은 실수에서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는지 여부나 부부간의 대화시간, 성생활 횟수 등 다양한 요소들이 부부 관계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평가 방법은 상대방과 부부관계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2. 엄마와 자녀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는 성인과 소아의 관계이기 때문에 부부관계보다 더 일방적이기 쉽다. 엄마는 아이가 먹는 것이나 입는 것 등에서 많은 결정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쉽게 권위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아이는 간식을 먹거나 혼나지 않기 위해서는 엄마의 말을 일단 따르는 것을 선호한다. 아이가 색이 맞춰지지 않는 옷을 입고 싶어 할 때 보통 엄마는 엄마의 선호대로 다시 옷을 골라 입힌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결정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과정인데 색이 어울리지 않음을 설명하며 다른 쪽으로 권유하는 권유형 엄마도 있고 일방적으로 다른 옷을 입히는 엄마가 있을 수도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답은 그대로 유치원에 입혀 보내 스스로가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예로 서로 다른 양말을 신거나 신발을 신고 간다고 요구할 수도 있다. 내 딸도 짝짝이 양말을 싣는다고 고집을 부린 적이 있다. 그래서 하루 양말을 다르게 신고 가더니 시들해졌는지 다음부터는 그러한 요구를 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를 통제하는 방법이 엄마의 기분에 좌지우지되는 것도 좋지 않은 관계의 한 현상이다. 아이는 엄마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는 자아를 억제시키는 행위이고 자신의 욕구를 숨기는 행위이기도 하다. 엄마가 기분 좋은 날만 TV를 보여주거나 간식을 주어선 안된다. 평소에 용인되는 행위가 엄마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혼이 난다면 아이는 불합리함을 느낄 것이다. 아이에게 예측 가능한 엄마가 되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딸의 욕구를 조절하는데 규칙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TV는 하루 30분, 아이스크림이나 사탕은 하루 1개로 제한하는 규칙을 합의하에 만들자. 지키지 않았을 때의 받을 벌칙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키자. 규칙을 합의하는데 자잘한 장애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합의되어 지켜나간다면 아이에게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TV에 대한 욕구가 있는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TV제한은 아이에게 좌절감을 선사하며 그릇된 방향으로의 욕구 표출이 있을 수 있어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에게는 정해진 규칙이나 규범은 생소하다. 이해할 수 없기에 왜 따라야 하는지 모르는 것들이 무척 많다. 우리는 규칙과 규범에 대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사려 깊게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자녀가 엄마에게 자신의 욕구를 얼마나 표현하는지, 혼이 날까 봐 두려워 생각을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주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관찰해 보자. 엄마가 이야기하고 아이는 듣기만 한다면 엄마의 영향력이 너무 강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아이는 두서 있게 핵심만 말하는 능력이 낮으므로 아이의 말을 길어진다. 그러므로 아이가 8, 엄마가 2 정도로 말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영향력이 낮다고 판단된다면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경청에 더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3. 아빠와 자녀의 관계 

 엄마는 강한 모성애를 타고나기에 대부분 자녀와의 관계가 일방적이어도 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빠와 자녀의 관계는 아빠의 특성상 일하는 시간이 많고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 천차만별일 수 있다. 대외적인 활동이 많고 저녁 약속이 많은 아빠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상호 관계성이 있어도 관계의 끈이 매우 약할 수 있다. 그래서 아빠와 자녀의 관계를 평가할 때는 상호적인지, 관계의 깊이가 깊은지도 같이 평가해야 한다. 


 관계의 깊이는 부재 시 아이가 느끼는 정도로 쉽게 평가할 수 있다. 아빠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엄마와 잘 노는 아이는 아빠와의 관계성이 약할 가능성이 높다. 아빠를 보고 싶어 하고 아빠가 오는 것을 반긴다면 관계의 깊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부분의 아빠는 가부장적인 아빠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일부 가부장적 행태를 띌 수밖에 없다. 엄마는 이에 관해 천천히 인식을 변화시키고 고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비판만 해서는 남편을 변화시키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훈육하는 엄한 역할은 상대적으로 관계성이 더 깊은 엄마 쪽에서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 관계성도 약한데 엄하기까지 한 아빠는 다가가기 어렵다. 훈육하는 역할은 엄마에게 넘기도록 하자. 


 아빠와 둘이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관계성을 두텁게 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주말에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빠의 장점은 신체놀이를 하는데 필요한 근력, 아이의 탐색에 더 많은 허용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적극 활용하면 아이와의 관계성을 향상할 수 있다. 

 

 아빠가 웃을 때 엄마와 자녀도 웃고 자녀가 울 때 아빠와 엄마도 슬퍼할 수 있다면 그 가정의 관계성은 좋다고 할 수 있다. 관계성의 상호 영향은 기본적으로 감정에 기반으로 하며 이는 반드시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감정에 예민하게 공감하고 반응하는 가정은 관계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감은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야 하며 서로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알 때 발생한다. 


 서로의 관계성이 좋은 가정의 진가는 평상시보다 위기가 닥쳤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엄마와 아빠의 사이가 나빠졌다고 가정하자. 아이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부싸움 후 우리 부부는 아이를 보고 다시 화해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경우로 아내와 아이가 다퉜을 때 아빠가 좋은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호보완적으로 경우에 따라 상대를 케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외부로부터 초래된 위기에도 강한 면을 지닌다. 외부의 위기에 관계성은 더 끈끈해지며 힘을 합쳐 역경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준다. 건강상의 문제로 실직된 아빠를 격려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는 딸은 좋은 가족 간의 관계성에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좋은 가정은 앞서 부정적인 것을 완화시키는 완충제 역할을 수행한다. 


 육아 관계론을 더 명확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지만 노자의 사상처럼 느슨하게 두려고 한다. 면밀한 관찰을 통해 명확히 문제제기를 하고 가족 간에 토의를 통해 행동 방침을 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스스로의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꺼림칙하고 어렵다. 대부분은 '우리 가정은 거의 문제없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위안하기 쉽다. 하지만 변화는 비판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실제로 나은 가정이라 할지라도 한 번씩 가정의 관계성을 점검해주는 습관은 관계성의 악화를 빠르게 발견하여 조기에 봉합하게 도와준다. 각 가정마다 마주한 문제는 분명 온갖 모습을 띄고 있을 것이다. 이를 나의 글을 통해서가 아닌 가정의 구성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리하여 독자가 행복한 가정과 삶으로 한걸음 내디딜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기쁨이고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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