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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용 Aug 17. 2019

7. Chapter 2. 육아의 기원

 육아는 그 자체로 다양한 모습을 지닌다. 현대의 육아는 학자들의 연구에 기반한 육아, 국가가 원하는 시민 교육을 위한 육아, 계층별로 행해져 오던 육아, 문화권마다 차이를 보이는 육아로 다양한 사상들이 섞여 들어 고르기우스의 매듭처럼 꼬여 있다. 불과 100년 전의 우리나라에서 평범하게 행해지던 육아 양식과 지금의 보편적인 육아는 아주 다른 모습을 지닌다. 그렇다면 100년 뒤의 육아는 어떻게 될까? 미래인은 현대의 육아법을 원시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육아와 가정의 본질을 알기 위해 긴 인류 역사를 칼로 썰어내어 단면만을 관찰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단면을 보기보다는 전체의 흐름과 뿌리를 관찰해야 비로소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먼 옛날의 육아의 모습과 그 기원을 추적하며 육아의 근본에 대해 함께 탐구해 볼 것이다. 


 시작은 사피엔스의 종이 수렵 생활을 하던 수 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시인 A는 이름이 없는 남성이다. 광활한 숲을 혼자 돌아다니며 동물들을 사냥해서 먹기도, 과일을 채집해서 먹기도 한다.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집이 없어 동굴에서 몸을 쉬거나 큰 바위 뒤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그는 타인에 대해 무지하다. 어린 시절 사고로 독립해 부모나 형제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에게 언어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의 사고는 아주 제한적이다. 그저 몸의 만족과 불편에 대한 감각이 있을 뿐이다. 경험을 통해 그는 뾰족한 돌로 동물을 사냥하거나 긴 나무 작대를 이용해서 높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는 법을 안다. 또한 어느 방향에 사냥감이 많은지 알아 방향을 찾을 수 있고 위험한 동물이 있거나 지형이 험한 곳은 피해 생활한다. 청결에 대한 욕구가 없지만 목욕을 하면 질병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도 있다. 강에서는 물고기나 어패류 같은 음식을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어 강 주변에서 생활한다. 이러한 A의 삶의 패턴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수준이며 그는 스스로 독립성을 확보한 채로 살고 있었다. 


최초 가정의 형성 

 어느 날 A는 사나운 동물을 피해 A가 있는 곳으로 먹이를 구하러 온 원시인 여자 B를 발견하게 된다. B 또한 A와 마찬가지로 이름이 없으며 홀로 생활하고 있다. A는 처음에는 B를 경계했다. 거리를 두고 B를 관찰하는데 생김새가 스스로와 비슷하지만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는 다르게 생겼다. 근육량이 적어 팔과 다리가 가늘어 위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호기심은 인간 본성의 영역이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결국 A는 B와 마주하게 된다. B는 자신보다 건장한 A가 다가오자 경계심이 발동한다. 도망치려 하지만 뒤에 강이 있어 도망치기가 쉽지 않다. B가 경계하자 A는 자신에게 공격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다. B에게서 먹을 것을 뺏을 생각도 없으며 폭력을 행사할 생각도 없는 것이 A의 마음이다. 단지 호기심에 B에게 접근했을 뿐이다. 경계심을 풀기 위해 A는 몸짓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B도 본능적으로 A에게 공격 의사가 없음을 깨닫고 어느 정도 경계를 풀게 된다. A는 조심스럽게 B의 얼굴을 만져본다. 가슴과 둔부를 만지며 생식기를 비교해 본다. A에게 B는 아주 신비스러운 존재다. B에게 작은 상처들과 굶주림의 흔적을 발견한 A는 먹이를 가져와 B에게 전해준다. B의 상처가 치료될 때까지 A는 B를 돌봐주게 된다. 공감을 통한 연민 또한 인간 본성 중의 하나이다. 공감의 능력은 사회성의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둘은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소리와 몸짓을 통해 그것이 가능함을 깨닫는다. A와 B는 그렇게 첫 만남을 경험한다. 


 나는 원시 가정의 형성과 육아를 이해하기 위해 원시인 A, B를 고안했다. A와 B의 사고는 현대인과 판이하게 다르다. 그들에게는 언어 체계가 없으며 타인과의 연대도 없다. 물론 그들의 부모와의 연대가 있었겠지만 가장 원시적인 가정을 구성하기 위해 타인을 모르는 A와 B를 가정했다. 이들에게 몇몇 아주 기본적인 본성은 부여할 수 있는데 이는 아기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과 동일하다. 아이들이 가지는 왕성한 호기심, 미소, 연민은 본능적인 영역으로 가정한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이야기했듯이 인간 본능의 영역에 기본적인 사회성이 있다는 것 또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처음부터 A와 B가 함께 살지는 않았다. 서로는 서로의 여가 시간에 만나 작은 정보를 나누거나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교환하거나 증여받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의사소통은 보다 정밀해지고 신체접촉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원시인 A, B가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고 탐색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몇 가지 행위가 스스로와 상대에게 말초적인 쾌감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쾌락은 비교적 단조로운 원시생활에서 매우 즐겁고 이질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그 쾌락을 주는 행동에 빠져들며 결국 성행위로 귀결된다. 단순한 타인에서 서로에게 쾌락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그들의 가치는 높다. 원시인 A, B는 그때부터 헤어지기 힘들며 함께 혹은 가까이 살며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행위에 몰두하게 된다. 


 인류학자의 연구에서 원시 부족들은 현대의 인간과 다르게 생업을 위해 4시간 정도의 일을 한다고 한다. 주말의 개념이 없기에 주 28시간가량 원시부족은 일을 하는 것이다.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생업을 위해 일하는 시간은 원시인 A, B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루 4시간이면 사냥을 하고, 과일을 채집하기에 충분했다. 인구 밀도가 경이적으로 낮고 비교적 먹이가 풍부한 숲의 환경을 생각하면 그들은 더 적은 시간을 일하는 데 사용하였을지도 모른다. 원시인 A가 홀로 생활을 할 때 생기는 여가 시간은 대부분 잠을 자거나 의미 없이 주변을 돌아다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A가 B를 만나며 여가 시간의 사용이 변하게 된다. 


 A와 B는 함께 생활하며 몇 가지 간단한 언어를 만들어 낸다. 배고픔, 잠이 옴, 성적 갈구 상태 등 상태에 대한 단어와 먹이, 물, 과일, 고기 등 명사를 지칭하는 단어들이다. 인간은 언어라는 소통 수단을 가지면 의식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명사의 폭은 더 확장된다. 돌, 태양, 나무, 풀, 강, 물고기와 같이 자연에 분포하는 많은 물건들에 대해 이름을 붙이고 구분한다. 동물 또한 멧돼지, 쥐, 사슴에 대해 분류하며 쥐를 잡았다고 하면 실망하고 사슴을 잡은 날은 기뻐한다. 사슴 고기를 좋아하는 B는 사슴을 잡으면 매우 기뻐했는데 자연스럽게 몸이 들썩이며 춤을 추고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다. A는 그 행동에 흥미를 느껴 B를 따라서 춤을 추고 소리를 질렀는데 이는 최초의 노래와 춤이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함께 즐거워하였는데 이는 그들의 섹스에서 느끼지 못한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들은 여가 시간에 노래와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노래 속에 흥이 나게 하는 특정한 소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다툼도 함께 일어났다. 먹이가 부족하거나 서로의 욕구가 다른 상황에서 자주 발생했는데 처음에는 힘이 센 A의 뜻대로 되는 경우가 많았다. B는 뜻대로 되지 않으면 저절로 눈물이 흐르고 분기가 차올랐는데 이는 홀로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A는 울고 있는 B를 보며 절로 미안한 느낌이 들어 서로 일정 부분 양보하거나 타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현대에 들어 문화적으로 성적 자유가 많이 허용되었지만 근대, 중세 사회에서 섹스는 금기시되며 죄악시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원시 가정에서 섹스는 부부가 헤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억지력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섹스의 쾌락이 있기에 남자와 여자는 함께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고 헤어진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함을 뜻하기도 했다.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최초에는 사랑은 섹스와 동거의 산물로서 발생했을 것이다. 가정이 모여 사회를 이루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 배우자에 대한 선택지가 늘어난다. 그때가 되어서야 개인은 섹스 이전에 상대가 배우자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것이 구애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남자가 여자를 임신시킨 후 떠나게 된다면 여자는 많은 것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여자는 배우자를 고르는데 남자보다 훨씬 신중할 필요가 있게 된다. 


 선택지가 없는 원시인 A와 B에게 서로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 사회 속의 개인에게는 이혼이라는 선택지가 있고 이혼 후 다른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A와 B에게 서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이므로 현대인이 가지는 배우자에 대한 감정보다 훨씬 각별하다.       


원시 가정과 출산

 즐거운 신혼 생활을 보내는 A는 B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 것을 깨닫게 된다. B는 정기적으로 있던 복통과 하혈이 없어진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배가 불러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는 알 수 없었다. 10달 동안의 임신 끝에 B는 아들 C를 출산하였다. 위생이 최악이던 원시생활에서 주산기 사망률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기적적으로 C는 무사히 태어났다. C의 출산을 본 A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새끼 동물을 몇 차례 사냥해본 적이 있던 A도 어렴풋이 자손을 낳는다는 개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원시 육아가 시작된다. 원시의 낙후된 환경 속에서 연약한 아이들에게 자연이란 그 자체로도 가장 이겨내기 어려운 시련이었을 터다. 부모는 아이를 살리려 노력할 것이다. 아이를 따뜻하게 해 주려고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히며 부드러운 음식들을 준비한다. 3인의 가정이 탄생하며 이름의 필요성이 생겨난다. B는 C가 배고픔을 A에게 전달하려면 C를 지칭하는 어떤 단어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C는 타쿠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타쿠를 기르는데 B의 시간이 대부분 쓰이기에 사냥과 채집은 전적으로 A에게 맡겨졌다. A는 이전보다 생업을 위해 일하는 시간이 늘었지만 그에 맞춰 책임감도 더 늘었다. 타쿠가 있어 이전보다 머물 곳을 더 주의 깊게 만들어야 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고 햇볕이 들어와 따뜻하고 땅이 마른 곳이 머물기에 좋은 장소였다. A와 B의 언어도 문장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하나의 단어를 통해 의사소통했지만 타쿠가 생기며 누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로써 ‘타쿠가 배고프다’ 따위의 1 형식 문장이 만들어진다. 


 여가 시간에 A는 타쿠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호기심 많은 타쿠는 주변의 많은 것들에 대해 탐색하고 묻는다. 특히 주변의 모든 것을 입으로 빨고 만져야 한다. A는 왜 타쿠가 흙을 이렇게 먹는지 모르지만 우선은 지켜본다. 다음날 타쿠는 장염에 걸려 열이 나고 설사를 한다. A는 어렴풋이 흙을 먹는 행위가 타쿠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느낀다. 타쿠가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더 많아진다. 타쿠가 얕은 물에서 놀다가 넘어져 거의 익사해 죽을 뻔한 것이다. A는 타쿠에게 몇 가지 행동을 제지시켜야 함을 깨닫게 된다. A는 타쿠에게 깊은 물에서 놀거나 가시가 나있는 풀 근처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제지한다.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가도 안 된다. 타쿠에게 몇 가지의 작은 제약들이 생기게 된다. 


 타쿠가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며 A는 아담이라는 이름으로, B는 이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타쿠는 아담과 이브보다 언어를 훨씬 쉽게 받아들이고 따라 했다. 타쿠에게 아담과 이브는 부모이며 스승이기도 하며 때론 복종해야 할 존재이기도 했다. 아담과 이브가 알려주는 지식은 절대적인 진리로 타쿠에게 각인되며 타쿠는 인간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교육받았다. 아담과 이브는 타쿠를 아끼고 사랑하였으며 타쿠 역시 아담과 이브를 사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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