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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용 Aug 21. 2019

12. 우리가 마주한 현재

  내가 타구라는 인물을 만들고 원시 육아에 관해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은 현대 육아의 모습을 비춰주기 위한 거울로서의 설정이다. 현대 육아의 아름다움을 비추기 위함보다는 부족한 점을 비추기 위한 설정으로서 타쿠의 육아환경은 아주 이상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에 관해 비판적 사고를 하였다면 당신은 훌륭한 독자일 것이다. 나는 원시 육아를 이상적 육아 모델로 삼고자 타쿠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부터는 오늘날 우리의 육아 현실과 우리의 육아의 목적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할 것이다. 


 전략을 만든다는 것은 해로를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바다에는 정해진 길이 없고 출발점과 목적지가 있어 100척의 배가 있다면 100개의 길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바람과 해류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해로를 따라 배를 몰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생은 출발점은 있으나 정해진 목적지가 없이 태어난다. 목적지가 없기에 인생이란 배를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몰고 가야 할지 모른 채 방황하기 마련이다. 부모는 부모 자신의 경험과 사회의 요구를 토대로 자녀에게 어느 방향이 대략적으로 맞는지 알려주는 이정표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녀에게 제시하는 이정표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우리의 이정표가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잘못된 목표를 제시했는지 어떤지는 미래가 대답할 것이다. 먼저 미래에 대한 나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약 중독자 톰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실패한 인생이다. 톰에게 인생의 정답이란 옆집에 작은 가게를 꾸리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로버트다. 톰은 로버트의 인생을 살도록 아이를 기르고자 한다. 

 작은 식당의 주인 로버트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정은 있지만 가난으로 인해 항상 부족한 인생이다. 로버트에게 인생의 정답이란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을 가지고 있는 부자 알렌이다. 로버트는 알렌의 인생을 살도록 아이를 기르고자 한다. 

 부동산 업자 알렌은 돈은 없으나 학식과 교양이 없어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생이다. 알렌에게 인생의 정답이란 명문 대학을 나와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마르스이다. 알렌은 마르스의 인생을 살도록 아이를 기르고자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바람대로 커가는 듯했다. 아이들이 스무 살 즈음이 되었을 때 나라에서 전쟁이 발발했고 세 아이중 톰의 아이만 살아남게 되었다.'


나는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할 때 목표 설정과 전략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톰에게 인생은 로버트처럼 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로버트는 알렌처럼 사는 것이 최고라고 한다. 알렌은 마르스처럼 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결국 부모는 자신이 보았을 때 최고라고 생각되는 삶을 아이에게 강요하지만 사실 그 무엇도 절대적이지 않으며 누군가에게 그것은 최고가 아닐 수 있다. 즉 우리의 안목은 제한적이다.  

 또한 미래는 불확실성을 가진다. 예기치 못한 인생의 불확실성으로 우리의 계획이 모두 쓰레기통에 들어갈 수 있음을 항상 고려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자녀를 위해 만들어 놓은 그럴싸한 계획일 지라도 일순간에 의미를 잃을 수 있음을 항상 염두해 놓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독자 중 누군가는 그렇다면 계획이라는 것은 쓸모없는 것인가? 되물을 수 있다. 우리는 미래를 모르기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렇기에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계획은 필요하다. 결국 부모는 제한된 자신의 안목으로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녀를 이끌어 간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예상하지도 못한 채 말이다.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은 이러하다. 누구나 미래에는 어떤 사회가 되어있을지 생각한 아이디어는 있을 것이다. 뛰어난 미래학자들은 통계를 사용하여 아주 그럴듯한 미래 예측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기존의 역사라는 거울로 미래를 비춰 예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를 그럴싸하게 예견한 책들은 해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그 정확도란 높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인터넷에 퍼져 있는 증권사의 보고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아주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 맞는 경우는 동전 던지기의 앞, 뒤를 맞추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것은 그들이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서 개인의 통찰로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인간이 컴퓨터처럼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 것 또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은 점점 높아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미래 예측이 어렵기에 우리는 다양한 미래를 생각한 전략을 지녀야 한다. 우리의 육아 전략과 교육관은 다양한 미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로 우리의 아이들을 기르는데 목표로 두어야 한다. 


지금 우리 부모들의 이정표 

 현시대에 부모라고 함은 자녀들이 중, 고등학생이 되었을 즈음이면 40대에서 50대 사이의 나이를 지니게 된다. 이러한 나이는 본인들의 경험이 확고해진 시기이며 특히 성공을 겪은 부모라면 본인의 길이 정답이라고 믿기 쉽다. 이것이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다. 우리가 자녀에게 제공하는 이정표는 과거와 현대가 버무려져 우리 경험 속에 스며든 기억의 산물이다. 우리의 이정표 몇 가지를 통찰해 보자. 


우수한 학벌 

좋은 집안에서의 출생과 우수한 학벌의 중요성은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수 천년의 인류 역사와 함께한 전통적 평가 잣대이다. 미래의 사회에서 우수한 학벌이 의미를 잃을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우수한 학벌을 획득하는 것이 자녀의 인생에 도움이 되며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좋은 대학을 보내 자녀를 우수한 인재로 만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발상이며 이를 막아서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 수 있다. 


  문제는 우수한 학벌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불공평함에 있다. 부모의 돈과 명예에 따라 학벌이 크게 결정되는 것은 사회가 신뢰를 잃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질 수 있다. 사회의 방향성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의학전문 대학원과 법학 전문대학원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목고와 관련된 정책에서 우수한 학벌이 학군에 의해서 좌우되거나 부모의 돈과 명예로 좌우된다면 이는 불공평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정부로 판단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시민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학벌을 자녀에게 줄 수 있도록 부모는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자녀에게 배움을 권장하고 책을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첫 번째 중요한 방법으로는 나는 유대인들의 육아법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다. 탈무드를 읽으며 지혜를 알아가며 토론 문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논리를 질서 있게 펴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들은 교과서를 가지고 배우기보다는 깊은 사고와 추론을 통해 세운 논리로 토론함으로써 새로운 경지에 다다르려고 한다. 이러한 환경은 유대인 자녀들의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역량을 강화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로 오늘날 수많은 유대인들이 많은 업적을 세우고 부자로서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우리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토론 문화는 한국인에게 아주 어색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집안에서 아이와 함께 토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유대인 육아법은 자녀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게끔 한다는 목표를 지닌다. 이를 위해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적절하게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질문하는 훈련은 다행히 우리에게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방법으로는 독서의 습관화이다. 독서를 하면 아이의 두뇌 발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어떠한 책을 읽을지 신중히 고민하고 추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아이가 읽는 책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의 내용에 대해 숙지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어린 시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이가 부모의 말은 지독하게 듣지 않지만 행동을 모방하는 것은 누구보다 잘한 다는 것을 명심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 뿐인 독서 강조는 사실 아이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책을 지속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습관화 과정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함께 다니며 책을 같이 고르고 읽고 아이와 토론하자. 독서 역량이 없는 어른들도 아이들의 책은 읽고 느낄 수 있다. 아이의 독서 능력이 완숙해지면 고전에 반열에 든 좋은 책들을 아이에게 권유해 보자. 국가, 소크라테스 변론,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논어, 도덕경, 장자 외에도 시간이라는 검증을 거친 책들은 아이들의 사상의 깊이를 더하고 사고를 확장시켜 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읽는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좋은 과외 선생님을 자녀에게 구해주고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 가는 것, 특목고 진학도 부모의 좋은 지원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가능한 지원의 종류와 규모도 달라진다. 가난한 부모가 부자인 부모를 원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자녀에게 베풀고 지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원하면 충분하다. 좋은 학벌은 분명 미래에도 자녀의 좋은 지원군이 되어 줄 것이다.  


전문직에 대한 선호 

 한국 사회에서 '돈'은 어딘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묻어 있다. 청소년기에 돈과 행복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돈을 벌 고민을 자주 한다. 돈은 스마트폰과 같은 도구로서 자녀에게 인식되어야 한다.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은 배터리도 오래가며 다양한 기능으로 생활에 편의를 준다. 마찬가지로 부유한 재산은 우리 자신의 역량을 강화시킬 때 최고의 친구가 되어 주며 자아실현의 동반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우리의 자녀에게 돈에 관한 교육을 하고 돈을 벌 기회를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건을 팔아 보기도 하며 노동력을 통해 돈을 벌어 보기도 하고 주식거래와 같은 금융거래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전 세대와 같이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한민국 앞에 놓인 길은 단순 제조업 위주의 생산이 아니라 디자인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매우 뛰어난 기술력을 지는 산업들로 대체될 것으로 여겨진다. 세계의 공장은 이제 중국에서 더 인건비가 싼 나라로 또다시 이전될 것이다. 노동집약적 산업 들은 미래에 더 싼 해외 인력들과 AI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 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보다 전문적이고 기계로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의 직업들이 살아남고 새롭게 생겨날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상황에 돈을 벌기 위해서 돈의 성질에 대해 젊은 나이에도 잘 알아야 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보는 경험들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 학부모는 지나치게 전문직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변호사와 의사의 평균 연봉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전문적인 직업들은 다른 직업보다 미래에 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직을 선호하는 것이 학부모의 이정표가 된 것은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경험이지 미래를 대변한 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자. 전문직의 대두는 그들이 가진 지식이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접근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귀중해진 것이다. 정보의 격차가 줄어들며 이전에 높던 의사와 법조인들의 권위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 인터넷에 보면 보다 자세한 질병에 대한 설명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전문직의 영역이 더 넓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전문직의 입지는 약해지지는 하겠지만 잃지는 않을 것이다.  


 학벌은 미래에도 좋은 자녀의 지원자가 될 것처럼 보이며 전문직은 지속적인 수요가 있지만 그 영역을 뛰어넘기란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예측 역시 결코 정확하지 않다. 미래에 대한 것은 모든 것이 모호해 보인다. 1인 방송 역시 초기 시작 시기에는 수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몇몇 선견지명을 지닌 사람들과 별생각 없이 뛰어들었던 사람들도 시장 자체가 커지며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경험했다. 10년 전 회의적인 스타트업 기업이 오늘날 트렌디한 대기업으로 변모한 경우도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자녀에게 가장 적절한 이정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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