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제공하는 두 가지 이정표
성공한 항해란 자신이 원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아주 빠르게 도달할 수 있고 누군가는 다 늙어서야 도달할 수도 있다. 다행히 부모가 가르친 목적지와 같을 수도 있고 아주 다른 방향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배의 선장은 자신이기에 인생의 바다에서 성공이란 선장이 정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제시하는 이정표를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선장은 스스로가 원하는 목적지를 찾고 다가가기에는 더 요원해진다. 앞서 말한 부모가 제시하는 두 가지의 이정표 가운데 부모의 삶을 통해 제시하는 첫 번째 이정표는 자녀를 양육하는 한 반드시 자녀에게 주어진다. 자녀는 부모를 모방함으로써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한다. 누구나 처음 바다를 항해하는 기본적인 항해법은 배워야 하는 법이다. 부모는 두 번째 이정표를 추천하고 장려할 수는 없지만 결코 강요해서는 안된다. 배의 목적지는 선장이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장은 부모의 두 번째 이정표를 따를지, 새로운 이정표를 따라 항해할지 그 자신이 정한다. 그것이 훌륭한 삶의 방향이다.
부모는 자신의 삶을 통해 자녀에게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기본적인 기술들을 가르친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으며 어디서 행복을 추구하고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부모를 통해 배운다. 그리고 자녀는 독립성을 얻음에 따라 본인의 이정표를 정해 항해하여 목적지에 다다른다. 물론 목적지에 도착하면 새로운 목적지가 있어 살아 있는 동안 끝없는 항해가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부모는 하나의 이정표만 제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의 이정표만 제시하기엔 인생이란 바다가 너무 거칠고 파도도 높다. 시시 때때로 해적이 나타나기도 하고 태풍이 불기도 하는 이 인생의 바다를 건너기에 우리의 자녀들은 너무 연약해 보인다. 그렇기에 나는 부모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두 번째 이정표를 제시하는 대신 자녀의 배를 더 튼튼하게 만들라고 말이다.
예를 들면 책을 읽혀 사고력을 높이는 것은 자녀에게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자녀의 기본 스펙을 높이고 삶을 보다 현명하게 살아가는 힘을 제공한다. 즉 배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나무 대신 단단한 철을 이용해 배를 만들면 배는 강한 파도에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바람만 이용해 배를 운행하는 것보다 모터를 달아 주면 배는 더욱 빨라지고 바람과 상관없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자녀의 통찰력과 행동력을 키우는 것이 그러하다. 통신 기술을 배애 접목하여 다른 배나 인터넷에 접속하게 하여 날씨를 알게 된다면 배는 태풍을 피할 수 있다. 자녀의 사회성을 키워 주는 것이 그러하다.
많은 부모들은 이러한 기본 스펙을 키우는 것에 돈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비싼 사교육과 많은 체험들은 당연히 자녀들의 지적 능력을 키우고 경험을 풍부하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교육은 단순히 시험과 같은 평가에서 뛰어난 점수를 얻는데 특화되어 있다. 내신을 잘 보고, 토익, 토플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수능을 잘 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사교육이다. 이런 것들은 눈에 잘 보이고 타인과 비교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뛰어난 인간의 근본에는 다른 것들이 있다. 원활한 사회성, 깊은 통찰력, 자유로운 감정 조절, 유창한 언어적 능력과 같은 것들은 뛰어난 인간이 지닌 가치들이며 평가하기도 어렵고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능력이다. 이런 근본적인 능력들이 뛰어난 아이들은 혼자서 공부해도 뛰어난 성적을 얻으며 사회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룩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근본적인 능력들의 본질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이런 능력들을 함양할 수 있는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통찰력을 길러주는 학원은 없다.
그렇다면 인생이란 바다를 항해하기 좋은 배는 어떤 배이며 탁월한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