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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용 Aug 23. 2019

14. 탁월한 사람이 되는 길 -1

 그렇다면 진정 뛰어난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가? 진정 탁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자주 생각한다. 가깝게는 내 직장 옆에 일 잘하는 동료, 아이를 헌신적으로 잘 키우는 동네 엄마, 자기 사업을 꾸리고 있는 사업가에서 멀건 대통령, 국회의원, 베스트셀러 작가, 배우, 성공한 창업가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탁월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부나 명성을 지닌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매체를 통해 알게 되는 탁월한 사람들은 이미 완성된 모습으로 우리에게 비친다. 그들의 무명시절, 실패한 모습들은 성공 후에야 회자되듯 짤막하게 보인다.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들어 보자. 그는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가진 존재이며 뛰어난 인문학적 지식과 그것을 제품에 녹일 수 있는 사람인 동시에 뛰어난 마케터다. 대중은 그의 젊고 방황하던 시절은 잘 모른다. 대중이 그를 알기 시작했을 때 그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 존재처럼 보였다. 그의 과거의 불완전함은 현재의 완전함을 더욱 돋보이도록 완전함의 부가적 요소로 존재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탁월함이란 완전한 상태와 유사한 것으로 느껴진다. 


 대중은 탁월한 사람을 보면 감탄하고 추종하지만 본능적으로 거리감을 둔다. 빌 게이츠를 보고 자신과 빌 게이츠를 동일시하고 그같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장 흔한 이야기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구나."로서 선천적으로 뛰어났기에 저러한 탁월함을 가지게 된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보다 사촌이 아파트를 사서 많은 시세차익을 얻었음에 배 아파한다. 빌 게이츠가 이룬 부를 보며 '저것이 내 것이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대중과 탁월한 사람과의 거리는 아주 멀다. 


 남들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난 것을 탁월함이라고 한다. 어떤 철학자는 탁월함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고를 한 방향으로 모아 모든 것을 소재로 활용하며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부단히 관찰하여 어디에서나 본보기와 자극을 찾아내고, 지칠 줄 모르고 자신의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사람을 탁월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탁월함은 완전함을 갖춘 결과로 착각하기 쉬우나 사실 탁월함의 결과는 과정(process)들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며 인간을 관조하고 끈기 있게 노력하는 과정들의 결과로 탁월함은 이루어진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를 보고 감탄한 것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을 목도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다룬 책을 보면 그는 독특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탁월한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보다 5살 많은 스티브 워즈니악이 잡스보다 뛰어난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다. 워즈니악은 뛰어난 전자공학 기술을 보유했고 실질적인 초기 애플 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개발자 역할을 수행했다. 스티브 잡스는 기술적인 컴퓨터 공학보다는 내면의 관조에 집중했다. 그는 히피 문화에 관심이 많고 인도의 사상에도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젊은 나이에 친구와 함께 현자를 찾아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 히말라야 근처를 떠돌았다. 내면의 평화를 찾고자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인도를 다녀온 후 수확이 없었다고 하지만 이후 워즈니악과 애플 컴퓨터를 만들고 그의 인생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보면 그는 사고를 한 방향으로 모으는 집중력을 가졌으며 자신과 타인(대중)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또한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의 끈기 있는 노력으로 기술과 인문을 결합한 아이폰 시리즈가 탄생되었다. 


 탁월한 사람의 조건 - 호기심 

 탁월한 사람 이전에 두각을 나타내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모든 생각을 한 데로 모아 사고하는 능력을 지녔다. 시험기간에 자리에 앉아 아무런 집중력 없이 밤을 새우는 사람과 집중력 있게 2시간을 공부하는 사람의 결과는 다른 법이다. 집중력을 가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강한 동기이다. 강한 동기의 원인은 대상을 좋아하고 관심 있게 생각하는 마음, 타인을 넘어서겠다는 경쟁심, 죽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생존 본능과 같은 마음의 형태로 드러난다. 이렇게 해서 발발한 강한 동기는 뇌의 특정 신경계(A10)를 흥분시켜 뇌를 깨우게 한다는 연구가 있다. 사실 이는 아래의 예시처럼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민이가 있다. 수민이는 문과 계통 대학을 졸업 후 취직이 안되어 결국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국사나 영어 같은 공부가 공무원이 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항상 의문으로 가득하다. 책상에 앉아 있어도 집중하기가 힘들다. 

독서실 옆칸에 민수도 문과 계통 대학을 졸업 후 수민이와 같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민수도 한국사는 흥미가 없다. 하지만 민수는 공무원 합격에 꼭 필요한 것임을 알기에 의식적으로 한국사 공부를 한다. 

수민이의 옆 자리에는 준서가 앉아있다. 준서도 마찬가지 케이스로 친구들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데 준서는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는 한국사가 너무 재미있다. 수많은 인물 들에 감정을 이입해 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인과를 추론해 보기도 한다. 


 셋 중 누구의 한국사 성적이 높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흥미를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나온다. 골프를 좋아하는 지인도 골프를 좋아하기 시작하며 누가 오라고 하지 않아도 매일 골프를 연습하고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집중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감정을 스스로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물론 진정 즐거운 일에는 동기부여의 과정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동기부여를 시키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다. 열등감, 생존 본능, 말초적 욕구, 공포, 성취감, 호기심은 인간의 동기를 고취시켜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다양한 감정 중에 나는 호기심이라는 감정을 소개하고 싶다. 

   

 인간은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태어난다. 낯선 것에 대해 호기심 없는 어른은 많지만 호기심 없는 어린아이는 없다. 아이들은 흥미를 끄는 낯선 것을 무엇이던 만지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한다. 이러한 탐색 행위는 뇌를 발달시키고 새로운 장기기억과 행동 방침을 이끌어 자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운다. 지속적인 탐색 행위를 통해 죽을 때까지 뇌를 발전시킬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탐색하는 행위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지나친 탐색 행위는 에너지의 낭비를 만들어 낸다. 뇌에게는 의사가 상대성이론을 깊게 파고들며 물리학을 고찰하는 것은 에너지의 낭비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뇌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성장함에 따라 호기심을 점점 줄이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침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어른들은 더 이상의 탐색 행위를 하지 않고 그동안 배웠던 것들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뇌에게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을 장기기억화 시켜 놓은 뇌는 새로운 경험을 마주하였을 때, 이전의 패턴과 유사한 부분을 찾아 유사 카테고리로 저장한다. 예를 들면 100년 전 자동차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자동차를 마차와 유사한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자동차는 마차와 공학적인 원리가 많이 다르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탈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자동차의 원리와 기계공학적 메커니즘을 전혀 몰랐음에도 그들은 자동차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동차를 '잘 안다.'라고 생각했다. 지금 새롭게 나오는 기술들 역시 대중에게 기억되기 위해 기존에 있던 것과 유사한 개념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기보다는 이전의 카테고리에 편입되는 것이 인간의 뇌에게는 더욱 익숙하며 효율적이다. 인간은 신기술을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카테고리에 편입시켜놓고 신기술을 '잘 안다.'라고 생각하는 성향을 가진다. 


 이런 카테고리화는 새로운 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뇌에서 새로운 패턴과 새로운 관점을 만드는 과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존의 핸드폰의 발전으로 받아들였지 핸드폰과 스마트폰의 근본적인 기술적, 의미적 차이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실상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다양한 세상의 문물 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익숙하기에 자연스럽게 아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들이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한강을 가로지리는 거대한 다리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원리가 어떻게 되는지 잠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우리 앞에 책이 한 권 있다고 생각하자. 우리는 책을 어릴 때부터 접해왔기에 책을 '안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작가가 어떻게 글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자료를 모으고 고민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 그 책을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과정 또한 모른다. 책을 실제로 인쇄해서 만드는 기술 또한 모른다. 심지어 한 번 읽은 책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일부만 기억함에도 우리는 책의 내용을 다 '안다'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지고 있던 왕성한 호기심은 탐색 활동의 근본이 된다. 탐색의 본질은 인간이 마주한 것을 모른다고 생각할 때 일어난 다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어렸을 때로 돌아가 '모른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우리 주위의 것들은 모두 흥미와 호기심의 대상으로 변한다. 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호기심으로 가득 찬 상태로 만들어 지속적인 탐색 활동을 하게끔 하는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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