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탁월한 사람이 되는 길 -2
집중력의 비밀
탁월한 사람의 조건 - 집중력
집중력이 탁월한 사람으로 과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된다는 것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집중력은 무엇이고 그 근본은 어디에서 오는가? 집중력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운데로 모으는 힘'이다. 의지는 마음과 정신을 의식적으로 한 데 모은다. 매 순간 집중을 하면 각종 시험, 면접, 토론, 운동 등에 있어 항상 뛰어난 성취를 이룩할 수 있다. 하지만 항시 우리는 삶에 집중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집중의 조건은 무엇이고 어떤 상황에서 우리는 집중할 수 있을까? 우선 저자는 집중력의 상태를 4단계로 나누어 보았다. 나는 주로 어느 단계의 집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1단계는 정신의 지리멸렬한 상태를 일컫는다. 지리멸렬이라 함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찢기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상태는 원시 상태 인간이 지녔을 법한 정신 상태와 유사하다. 그 당시에는 항상 외부의 적의 공격에 귀를 기울여야 하므로 몇 가지 행위를 제외하면 대부분 외부 경계를 위해 귀를 열어 놓아야 했다. 조그만 소리, 인기척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적의 침입을 알 수 있지만 내면의 깊은 곳으로 침잠할 수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뇌를 전구로 표현한다면 전구는 뇌 전 영역에 있어 흐릿하게 산만하게 켜져 있다. 빛은 모여지지 않으며 외부 감각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학습을 하기에는 전구의 밝기가 너무 어둡다.
1단계 집중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안전감이 필요하다. 내가 안전하다는 안전감이 있어야 외부의 자극에 귀를 닫고 정신을 한 데 모을 수 있다. 공부를 할 때에도 시험에 떨어지는 상황에 대한 과도한 공포, 가족 간의 불화, 인간관계의 불안정성은 모두 안전감을 박탈하여 집중의 상태의 진보를 방해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더 깊은 집중의 상태로 들어가기 힘들어진다.
안전감은 안전하다는 느낌, 감정의 영역이다. 뛰어난 사람은 전쟁 중에도 안전감을 느끼고 집중할 수 있으며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방 고요한 독서실 안에서도 안전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우선 집중의 단계를 높이기 위해 안전감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가족 간의 불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 조절할 수 있는 방해 요인이 있다면 조절하는 것이 좋다. 경제적 상황과 같이 조절할 수 없는 요인이라면 그러한 요인은 그대로 두고 내적 안전감에 집중해야 한다. 안전감은 결국 감정의 영역임을 깨닫는 것이 집중의 단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2단계 집중의 상태는 필요에 의해 집중을 하는 상태로 일상적인 간단한 학습, 직장에서의 일상적인 업무에 해당한다. 단순히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하는 공부, 즉 관심 없이 필요에 하는 공부는 2단계 집중 상태로 정의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1단계 집중 상태로 떨어질 수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2단계 집중의 상태는 관성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 하던 익숙한 작업을 하듯 뇌의 많은 부분을 쓰지 않은 채로 일을 하는 것이다. 일상적 작업, 운전, 단어 암기 들은 2단계 집중의 상태로 볼 수 있다.
3단계 집중의 상태는 집중하고자 하는 영역의 뇌의 활성화가 일어난다. 흥미로운 일이나 관심도가 높은 영역을 탐색할 때 인간의 뇌에서 도파민 신경로의 활성화가 일어난다. 도파민은 운동, 보상, 동기 부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뇌의 깊은 곳에서 방출된 도파민의 신경로는 전두엽과 변연계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3단계 집중의 상태는 도파민 신경로에 의해 집중하고자 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가 된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수영 선수라면 운동과 감각을 받아들이는 곳이 활성화될 것이며 학자라면 논리적 사고를 하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 이때 우리는 약간의 활력과 동기를 느끼게 된다. 이 상태가 되면 어떤 일이든 고도로 집중하며 능률은 갑자기 올라가게 된다. 우리의 정신은 높은 밀도로 한 점으로 집중되며 일을 수행함과 동시에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평가도 같이 이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도파민의 작용으로 약간의 감정적 흥분 상태가 같이 동반된다. 감정은 기억과 중추와 함께 활성화되어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4단계 집중의 상태는 흔히 몰입의 상태라고 한다. 몰입에 대한 입지적 연구가인 칙센트미하이에 의하면 몰입의 느낌을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의 감정 상태로 몰입을 하면 몇 시간이 한순간처럼 짧게 느껴지는 시간 개념의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3단계 집중 상태에서는 스스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메타인지의 작용이 있다. 내가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하며 이 순간 자아는 확실히 존재한다. 4단계 몰입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러한 메타 인지의 역할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의 흐름은 잊히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잊힌다. 시간과 자아에 관한 전구의 불빛도 꺼진 채 뇌 안의 전구는 오로지 몰입 행위와 연관된 전구만이 그 어느 때보다 밝게 타오르고 있다. 행위에 대한 전적인 집중과 온전히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낀다. 이 시기에는 실패에 대한 불안을 잊으며 모든 것이 내 손안에 있어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다.
중요한 스포츠 경기에서 일류 선수들이 자주 시간의 흐름을 잊고 몰입하여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거나 외과의사가 중요한 이식 수술을 수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수행하거나 하는 상황에서 4단계 집중의 상태인 몰입을 볼 수 있다.
몰입의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의 능력이 뛰어나며 수행해야 할 과제 역시 뛰어난 상황에서 가능하다. 유명 외과의가 치질 수술을 하며 몰입을 항상 경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처음 농구를 경험하는 사람이 농구 경기를 하며 몰입을 경험하는 것 역시 어려울 것이다. 즉 흔히 일어나는 상태는 아니다.
높은 집중의 단계를 경험하는 것은 내 역량을 최대로 사용한다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의 뇌를 밝히기 위한 전력은 정해져 있다. 1단계 집중의 상태에서 전구들은 넓게 퍼져 흐릿하고 산만하게 빛을 내뿜는다. 반대로 3단계 집중의 상태는 필요한 뇌의 영역만이 밝게 빛난다. 이 시기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의미 없는 감각정보는 무시된다. 옆자리에서 들리는 소리는 우리 뇌에 닿지 않고 흘러 지나간다. 집중할 수 있는 신경 회로는 집중을 하면 할수록 더 강화된다. 책 읽는 행위도 익숙해지면 이전보다 쉽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처럼 깊은 집중도 자주 행해지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깊은 집중의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높은 단계의 집중 상태에서 자신의 역량을 사용하면 할수록 그 역량은 강화된다. 지속적인 집중은 스스로를 최대 역량으로 사용한다는 것이고 이는 삶을 충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3단계 집중의 상태는 동기 부여된 상태로 도파민 신경로의 활성화가 도움을 준다. 낙관적인 심리 상태와 호기심은 이러한 집중의 상태로 도달하는데 도움을 준다. 자신의 분야에서 또한 높은 집중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는 사람은 결국 탁월한 사람으로 변모해간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명백하게 집중의 단계를 낮추는 것처럼 느껴진다. 수시로 울리는 메신저와 인스타그램의 새로운 소식들은 깊은 집중의 상태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고 항시 우리의 귀와 눈은 스마트폰에 향해져 있다. 자연스럽게 1단계 집중 상태로 우리는 스마트폰의 반응에 대기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훌륭한 정보를 독자에게 주려고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어느새 정보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하이퍼링크나 정보가 나에게 필요할지 여부만 빠르게 판단하기 바쁘다. 인터넷상의 양질의 정보들은 책을 읽는 것을 비효율적 행위로 여기게끔 하고 어느새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인 독서 행위는 구시대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터에서도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한 번에 다양한 가짓수의 일들을 동시 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직장에서 깊은 생각과 집중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게다가 우리 스스로 우리의 일에 주체성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 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우리의 일은 오너의 일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안전감도 무너지고 있다. 신혼부부는 이제 집을 구하는 것이 부모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해져 가고 있고 교육비나 노후에 대한 부담으로 자녀를 낳는 것도 기피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지속적이고 쉽게 해소되지 않은 채 우리를 걱정의 늪으로 이끌고 있다. 이런 시대에 집중력을 예리하게 단련하고 준비하기란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탁월한 사람은 항상 희귀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