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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y 03. 2016

저녁

테테

















늦장을 부렸더니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여러 장 사진을 담아도 대부분이 비슷하거나 한두 장만 쓸모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놈의 갈대가 뭐라고, 열심히 각도를 바꿔가며 사진을 담은 탓에 어둠에 둘러싸여 내려가야 했다. 

산길을 내려오다가 두 번 정도 다리를 삐끗했다. 아프다기보다는 놀란 가슴에 살짝 닭살이 돋았고 머리가 간질간질했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만을 의지한 채 걷고는 있었지만, 아쉬움인지 불안인지 모를 마음 때문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고 그러다 풍경 하나를 만났다. 뭔가 그윽해 보이는 하늘, 곧 부서질 것 같은 성벽. 낮 동안 머금었던 빛을 토해내듯,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풍경이었다. 오랜 세월 견뎌낸 성벽이 내 뒤에 있다는 든든함이 생겼고 의지했던 도시의 불빛을 제대로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단단해진 마음으로 내 눈에 찾아든 밤을 이겨 낼 수 있었다.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오늘 저녁에는 뭘 먹을지가 고민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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