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소년
그 앞을 세 번이나 지나갔고 네 번째가 되기 전, 정확히 세 번째 반이 되었을 때 카페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이 모든 게 창가 자리에 앉고 싶은 욕망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누가 보면 참 귀찮고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나로선 창가 자리를 사수해야 마음이 편했다.
커피잔을 움켜쥔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나를 신기하게 보는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카페에서 쓰겠다던 일기는 어제 있던 그대로 가방에 처박혀 있었으며 며칠째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내가, 지나가는 이의 패션을 지적하고 있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겸 카페에 왔는데…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책을 깨작깨작 넘기다가, 잠시 헛생각에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물건들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눈치가 보이기도 하지만, 되레 슬퍼 보일 수 있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먹은 잔을 도로 가져다줘야 할지, 아니면 그냥 자리에 놓고 가야야 할지 망설이다가 그냥 직원에게 가져다주었다. 차라리 그게 마음 편했다. 그렇게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시간이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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