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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y 09. 2016

밤은 좋고 그래서 나쁘다

파니핑크













좋았다. 붉은색의 농도가 짙어지는 하늘을 보고 있는 게 좋았다. 짧은 만남도 누군가를 떠나 보내기란 쉽지 않았다. 숙소에서 알게 된 지영 씨가 탄 열차가 점차 멀어지는 모습이 지금의 하늘처럼 아득했다. 행여 붉은 빛이 두 뺨에 물들었나 싶어 살며시 손등을 대보았던 밤이었다.

오는 길에 장을 보고 냉장고를 채우다 물건 하나가 빠진 걸 알았다. 계산한 뒤, 그 자리에 놓고 온 것이다.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것저것 사들인 탓이었다. 내 욕심은 결코, 가벼워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텝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놀라 냉장고 문을 닫으며 일어났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들고 마트로 향했다. 어스름한 밤하늘, 도시의 불빛마저도 지금의 나를 위로하긴 조금 부족했다. 잃어버린 음식을 찾으러 왔다며 어떻게 영어로 말할지 연습한 탓에 입술이 말랐다. ‘스르륵’ 자동문이 열렸고 계산대 위에 있는 하얀 봉투가 보였고 연습했던 단어를 띄우고 전에 마트 직원이 나에게 물건을 건네주었다. 그 밤,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는 물건을 들고 걸었다. 숙소에 도착해 식어버린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길 자신이 없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일찍 잠들고 싶었지만, 그것마저도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밤하늘의 별을 만나지 못한 밤, 나에게 찾아든 밤을 달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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