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
‘얼마나 아플까?’ 한 아이가 자전거와 함께 넘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나 주변들 둘러보더니 무릎을 ‘쓱쓱’ 문지르고 어색하게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 안쓰러웠다. 그런데 또다시 자전거가 넘어졌다. 아마 체인이 빠진 모양인 듯, 작은 손으로 기름때 묻은 체인을 연결하겠다며 ‘끙끙’ 대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챈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자전거를 잡아주었고 그제야 빠진 체인을 연결할 수 있었다. 그런 후, 허벅지 위로 더러워진 손을 닦아내고는 자전거에 오르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줄 줄 알았는데… 내심 서운했다.
서운한 마음을 지닌 채 걷다가 문득, 손이 더러워지더라도 스스로 어긋난 체인을 연결하는 아이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그런 나도 지쳐버린 삶을 다시 한 번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으니 왠지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멀리 그 아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담담한 표정의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내 주변을 ‘휙’ 돌더니 금방 사라졌지만, 그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조금은 서툰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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