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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Sep 14. 2021

외향적인 나는, 묘한 고양이가 너무 어렵다.

EP08_묘한 녀석

고양이는 어색하다.


예전에 길고양이를 돌봐줬던 적이 있다. 와서 살갑게 구는 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길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딱히 낯가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녀석들은 오가는 사람들을 적당히 반겨주고, 맛있는 것을 얻고, 왠지 괴팍해 보이는 이들을 피해 다녔다.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떠나는 고양이를 왜 도도하다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럼에도 새로 만난 흰고양이 두부는 어색하다.


뭘 본거니..?

아마 고양이를 어색하게 느끼는 건 내가 개의 살가움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 개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먹이를 먹기 위해 혹은 오랜만에 만난 이들을 온몸으로 반긴다.

그렇게 레이어가 많지 않은 개는 매 순간순간 열정적인 게 느껴진다. 푸코의 수많은 시그널은 비교적 70% 정도 읽어낼 수 있다. '배고파' '똥 마려워' '산책 가자' '졸리다' '놀자!'처럼 많은 신호들이 읽힌다. 단순하고 솔직하달까.


푸코의 표정과 몸짓에는 많은 것들이 읽힌다.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두부는  어렵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수가 없다. 두부의 커다란 파랑, 노랑 눈에는 온갖 것들이 담겨 있다. 어릴  갖고 놀았던 구슬 같은  (정말  구슬 같이 생겼다. 안에 독특한 무늬들이 있다.) 좌우로 조용히 움직일 때마다  눈에 빨려 드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고, 먹이나 간식으로 유혹해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고양이가 나는 참 어색하다. 작은 움직임, 소리에도 흠칫 놀라는 두부는 자기의 영역으로 숨어버린다. 굳이 따지자면 두부는 MBTI에서 극 I성향이겠지. 그러니 무언가 건네주고 싶어도 우선 녀석을 만나는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

함께 놀자는 푸코의 방정맞은 꼬리와 바이브를 두부는 가볍게 무시한다. 그렇게 나도 푸코도 두부와 우리가 한 공간에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적당한 거리두기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냈다.


두부는 그렇게 관찰한다. 늘. 어디선가 사정거리 안에서.


결국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분에게 연락했다. 구조한 고양이가 셋인데, 최근 시장에서 어린 강아지를 구조해오는 바람에 개라는 새로운 '종'에 대해 탐구 중이셨다.


'저는 고양이가 참 어렵네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ㅜㅜ'

답장이 왔다.

'전 개가 너무 어려워요...'

'띠용? 그럴 리가...'


뭐든 상대적이어서 자기에게 익숙한 것들은 쉬이 느껴지나 보다.

'고양이는 몇 가지만 신경 써주면 돼요. 궁금한 거 있으면 연락하세요.'라는 따뜻한 말을 뒤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가끔 두부는 잘 때 손을 잡아준다.

어느 날은 두부에게 아주 얌전한 살가움을 마주했다.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뉘었는데 두부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내 옆구리와 팔 사이를 스을쩍 파고드는 게 아닌가. 그리고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잠을 청했다. 예기치 못한 두부의 파고듦에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묵직하고 단단한 푸코가 파고드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그 느낌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털이 굉장히 가늘게 부드럽다.


두부의 촉감과 무게, 그리고 두부가 겨드랑이를 파고든 그 상황까지 묘했다. 나에게 관심이라곤 털끝만큼도 안보이던 녀석이 소리 없이 다가와 훅 들어왔다. 그리고 새벽 소리 없이 나를 떠나 자기만의 방으로 돌아갔다.


일 할 때 가끔 다가오는 두부가 어색하다. 두부가 다가오면 하던 것을 자연스레 멈추게 된다.


그렇게 두부는 며칠 밤을 다가왔다. 그리곤 가끔은 손을 핥기도 했다. 푸코와 혓바늘 방향이 달라서 두부가 핥아주는 느낌은 또 다르다. 너무 작은 혀도.


여전히 냐옹 거리는 울음소리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나의 과제다. 누군가와 공간을 꾸리고 식구(깊은 관계)가 되어가는 일은 더듬더듬 손 짚어가며 찾아가는 일상의 축적들로 비로소 시작된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그랬다. 나에게 호의와 관심을 표출하며 다가오는 이들이 있는 반면, 멀찍이 나를 지켜보고 수없이 고민하고 조심스레 접근하는 이도 있었다. 특히 사회적 페르소나가 없는 아이들과 친해져야 할 때 후자 같은 경우를 만나면 그랬다. '왜 내 호의를 무시하지?, 내 마음을 몰라주지? 왜 반응이 없지?' 같은 조급하고 이기적인 생각들로 관계를 마주했다.

푸코 아닌 두부를 겪어보니 이제야 지난 나의 조급한 생각들이 부끄러워진다. 처음부터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가까워진 이도 있지만, 연꽃 향처럼 은은히 오래 남는 관계들도 있다. 두부가 살짝 옆구리를 파고들 때, 그런 연꽃 향을 어렴풋 맡는다. 은은하고 진득한 그런 향.


두부의 관찰. 자기만의 방에서 두부는 기나긴 관찰을 했다.

이 젤리 때문에 고양이 키운다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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