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끼 Nov 16. 2021

너의 목소리가 들려 : 멍멍냐옹 소리 채집기록

EP22_푸&두 정규 1집 : 톡탁톡탁 vs .....

Foucault & Doobu album 1

Track 1_톡탁톡탁_푸코의_발걸음

Track 2_미야아오오오오오오오_두부의_허기

Track 3_아오로로로오로로_앓는_푸코

Track 4_촵쫩촵촵쫩촵_푸코의_츄르

Track 5_미야_미야_미야_두부의_쾌변


Intro_두부의_꿈


Track 1.

가끔 다른 방에 앉아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옹기종기 나, 고양이, 개가 모여있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 개는 책상 밑에.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 고양이와 존재감이 넘치는 개. 집이 굉장히 조용한 편인데 가끔 푸코의 발톱이 바닥에 닿으면서 나는 톡탁톡탁의 소리는 고요함 사이를 지나간다. 어디서든 녀석이 어딨는지 보지않고도 파악할 수 있다. 은둔과는 사뭇 먼, 햇살 같은 강아지.


고양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 어려웠던 것 중 하나는 소리 없이 숨을 수 있다는 점이였다. 캣타워에 있겠거니 하고 가보면 없고 어디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재빠르게 온 집의 방충망이 닫혀 있음을 확인하고 집 어딘가에 은둔해있을 거라고 안도한다. 푸코는 강아지 치고는 조용한 편인데(거의 짖지 않는다.) 고양이는 다른 차원의 조용함을 지니고 있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우길 선호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섣부른 판단과 함께 두부가 만들어내는 소리들을 찾고 싶었다.

소리소문 없이 나타난 두부는 어느 새 침대 밑 소파에 앉아있다.


Track 2.

나의 잘못된 판단을 지닌 채 고요한 고양이와 얌전한 개와 차분한 시간들을 가졌다.


휴일이 많아진 가을, 우리는 느즈막히 기지개를 켠다. 얌전하고 차분하게.

오전 6시, 어디선가 구슬픈 소리가 들려온다.

'미야오오~~~ 미야오오~~~ 미야오오~~~ '


다름 아닌 두부다. 아침잠을 더 청하고 싶어 두부의 울음소리에 살짝 뒤돌아 누웠다. 소리가 더 커진다.

'미야오오오오오오오오~~ 미야오오오오오오오오~~ '


개근상과 거리가 멀었을 만큼 잠이 많았던 나는(늦잠자느라..) 두부의 울음소리를 다시 한번 외면했다.

'미야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의 인기척을 들은 두부는 더 크고 더 세게 더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어휴!

우리집 뚱냥이는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예전 어른들이 고양이 울음소리가 애기 우는 소리와 같아서 무서워했다고 했는데, 어느 포인트에서 꺼려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덜 깬 나의 달팽이관을 높은 톤으로 꾸우우욱 누르는 울음이다. 두부는 푸코의 말대로 생각보다 행동파였고, 먹이를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평소에는 아무 말 없이 지내다가 때가 되니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먹이를 갈구 한다. 덩달아 푸코의 아침시간 역시 빨라졌다. 늘 주인이 깰 때까지 기다리던 푸코는 두부 덕분에(?) 조금 이른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다. 나도 두부 덕분에 하루를 조금 일찍 시작하게 되었고 낮잠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날은 감사히 나의 선입견이 깨져나갔다.

'고양이는 안 얌전해.'

두부는 매일 아침, 배고픔을 항의한다. '미야오오오오오오'


Track 3.

푸코는 정말 조용하다. 푸코의 발톱과 단단한 뼈로 인한 소리가 아니라면 거의 소리 내지 않는다.

심지어 산책 길에 다른 강아지를 만나도, 푸코를 향해 '앙앙' '왈왈' 하는 녀석들의 반응을 개(?)무시한 채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런 푸코도 아주 가끔 입으로 소리를 낼 때가 있다.


그리운 사람의 방문.


청각 때문인지 후각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집에 그리운 사람이 오는 소리가 나면 현관으로 달려나가 앓는 소리를 낸다. '아옳, 아로롷' 짖는 방법을 모르는 개 마냥 앓는다. 온몸으로 자기의 사랑을 환대한다.

찬, 펭귄 등 몇 명 없으나 이들과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만 들어도 앓는 소리를 낸다. 가끔은 이렇게 환대 받는 이들에게 질투 아닌 질투를 느낀 적도 있으나, 푸코도 아는 것 같다. 그들이 푸코를 진심으로 아끼고 따듯하게 사랑한다는 것을. 똘똘한 녀석.

반기러 가는 중

Original Sound Track_

Track2_미야오_두부
Track4_푸코의_츄르
Bonus_track_두부가_푸코를_만났을_때
매거진의 이전글 강아지와 순간을 포착하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