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님, 우선 한 달만 등록할게요.

시작! 운동 유목민은 과연 복싱에서 정착할 수 있을까?

by 윤끼

어째서인지 남들은 새해가 시작될 때쯤, 혹은 여름이 다가올 때쯤 운동을 다짐한다고 하는데 나는 늘 10월~11월이라는 애매한 시점에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곤 했다.


나름 운동 유목민이었다. 어릴 때는 수영을 해왔고, 혼자 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스쿼시도 했었다. 한창 '운동하는 여자' 열풍이 불 때는 필라테스도 2-3년 배우다 근력을 기르고 싶어 헬스 PT도 일 년 정도 했었다. 집 근처 강을 따라 러닝도 시도해보았지만 '날씨가 추워', '미세먼지가 많아.' 등등으로 차일피일 미루곤 했다.

대부분의 운동은 코치님이 소위 멱살 잡고 끌지 않는 이상 자발적으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1:1 운동을 선호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고, 혼자서는 운동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결국 이런저런 핑계로 운동 유목민이 되었다.

PT가 끝날 무렵 정적인 운동은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물론 필라테스, 헬스만큼 예쁘게 몸을 만들어주는 운동도 없다..) 또다시 새로운 운동을 찾았다. 좀 더 역동적이고, 내가 운동을 하고 있다는 걸 망각할만한 그런 운동을 찾았다. 그러다 지도에서 집 근처 복싱장을 찾았다.


자기 전 누워 유튜브와 네이버로 복싱을 검색한다. 눈 한쪽이 팅팅 부어있는 이미지와 3달 동안 줄넘기만 했다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줄넘기라니...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해본 적이 없는데..) 또 전에 했던 운동들과는 살짝 다른 근육들을 쓴다는 걸 알았다. 미용에 적합한 근육보다 진짜 코어와 허벅지, 그리고 상체 근육을 엄청 발달시킨다. 검색 끝에 생각보다 복싱하는 여자들이 적지 않았고, 어린이들도 많이 한다는 이야기에 용기를 얻어 다음날 체육관으로 향했다.


'저 복싱 등록하러 왔는데요..'


관장님은 격투형 운동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여자분들도 많이 하신다며 한번 해보고 결정하라 하셨다. 한 달 등록은 15만 원, 세 달 등록은 39만 원이라는 할인정보를 슬그머니 흘리시며. (보통 운동 상담 갔을 때 선생님의 체형을 많이 보는데, 관장님의 몸은 아주 알차고 단단한 근육으로 가득 차있었다. 저 주먹에 맞으면 죽겠구나 싶은.) 고민 끝에 우선 한 달을 등록하기로 했다. 땡땡땡 라운드를 알리는 벨소리가 들린다. 퍽퍽퍽 샌드백을 쳐대는 소리도 들려온다.


엄마에게 복싱을 등록했다고 하니 엄마답게 온갖 걱정을 해주었다. '머리 다치면 어떡하니.', '얼굴 상하지 않게 해라.' 등등. 엄마에게 그 정도까지 도달하려면 1년은 넘게 다녀야 한다고 짜증 섞인 답변을 뱉었다.


괜시리 설레고 두렵다.

펭귄처럼 날아서 슬그머니 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