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동안 줄넘기만 하나요?
코로나의 여파 때문인지 체육관은 한산했다. 다들 각자의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연령도 성별도 제각각이었다. 헬스장과의 차이점은 헬스장은 나보다 위의 연령대가 많은 반면 복싱장은 훨씬 어린 연령대가 많다는 점이다.(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어린 학생들이 많았다.) 여태껏 다녔던 수많은 운동시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괜한 부담감이 사그라든다. 그들은 한겨울 땀을 뻘뻘 흘리며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3개월 동안 줄넘기만 해요.'라는 걱정과는 달리 크로스핏 같은 맨몸 운동을 주로 했다. 물론 줄넘기를 원하면 할 수 있으나, 이 체력으로는 줄넘기만 하다 끝이 날 것 같은 생각에 가볍게 뛰고 맨몸 운동을 했다. 하지만 맨몸 운동을 하는 중간중간에 쓰러져 누웠다. 이 체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몸을 풀고 (원래는 두 세트씩 해야 하는데, 하도 힘들어해서 한 세트로 줄였다.) 복싱의 기초 스텝을 배웠다. 원투 원투와 대각선 발 스텝. 상체보다 하체와 코어에 힘이 실려야 한다. 코어를 축으로 오른쪽 몸에 힘이실려 펀치를 날리는 원리다. 운동을 이것저것 배우며 느끼지만, 코어가 결국 모든 운동의 기본인 것 같다. 축을 중심으로 몸을 움직일 줄 알면 대다수의 운동을 금방 섭렵하는 걸 보면 말이다.
물론! 머릿속으로 이해해도 소용없다. 어느새 오른쪽 어깨와 팔에는 힘이 잔뜩 실려 어설픈 스트레이트를 뻗는다. 뛰다 보면 어느새 스텝이 망가져있다. 행사장 앞 공기인형이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랄까... 옆에서 섀도 복싱을 하고 있는 중학생 친구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앞서 사그라들었던 부담감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절반이 채 지나기도 전에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원래 땀이 잘 안나는 편인데, 운동하면서 이렇게까지 땀을 뻘뻘 흘린 적이 있던가. 헬스장이나 필라테스 클럽처럼 따수운 공기 속 온풍기 하나 틀지 않았지만 땀이 줄줄 난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장님과의 미트가 끝나면 혼자 샌드백을 친다. 두세 라운드 정도 홀로 치는데, 각각의 라운드는 3분 동안 치고 30초를 휴식한다. 컵라면의 3분, 양치질의 3분, 1라운드의 3분은 어느 것 하나 같지 않다. 고작 노래 한곡도 안 되는 시간인데 폐가 터질 것 같고 땀에 비 오듯 흘러내렸다. 20초 정도가 남자 정말 죽을 것 같았으나 죽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스스로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땡땡땡'
길 가다 듣던 그 소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누워버렸다. 이렇게 간절한 소리였다니 싶었고 '아이고 죽겠다.'를 연거푸 내뿜으며. 형편없는 나의 체력을 실감했다. 뒤늦게서야 줄넘기를 왜 그리 열심히 해야 하는지 깨달아본다.
복싱장을 나와 계단을 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갓 태어난 아기 기린처럼 후들거리는 다리를 하나씩 내려뜨린다. 한 겨울인데 몸에서 김이 난다. 후들거림 속에서 터질것같은 호흡을 가다듬고 두번째 수업을 기대한다.
그날 밤 누워서 복싱하는 영상을 찾았다. 펀치력이 엄청난 초등학생 영상을 찾아보고는 다시 쭈그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