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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Jan 27. 2022

은은하게 도른 고양이는 INFP

우리집 멍멍이냐옹이 MBTI 분석 1탄

재작년부터인가 MBTI가 핫한 키워드가 되었다. 알바 구인을 할 때도 'E 성향이신 분 원합니다.'라는 말부터 '어휴 저 공감 못하는 T'라는 친구들 사이의 대화까지 MBTI가 온 SNS 피드를 뒤덮었던 것 같다. T 성향이 짙은 나는 이런 주제가 나오면 인간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곤 했다. 하지만 높은 통계적 확률로 지인들의 성향을 나눠주고 '이런 사람을 만날 땐' 같은 레퍼런스가 되어 타인을 이해하는 게 흥미로웠다.


집에 고양이가 들어오면서, 동물도 참 성향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적응이 너무 어려웠다는 쪽에 가까웠을 것이다. 문득 둘의 MBTI가 궁금해졌다. 푸코와 두부를 잘 아는 지인들에게 둘의 MBTI를 추측해달라는 부탁 했다.

밥 훔쳐먹는 데에 보다 적극적

두부는 왠지 INFP일 것 같다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친구들 중 '은은하게 도른 자'라는 별명을 가진 INFP(인프피)가 있는데 두부의 행동양식이 자꾸 그녀와 오버랩되었다.

INFP특징 (출처 : 파라다이스 블로그)

1. 대놓고 얘기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 두부는 절대 낯선 이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흥미가 없어 보이진 않는다. 먼발치서 상대를 관찰하고, 상대가 선하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새 슬그머니 옆에 와있다. 그런데 지나치게 행동이 크다거나 정신 사나우면 숨어버린다. 큰 두 눈동자에서 놀고 싶어 한다는 게 느껴진다.

손님과 함께 사진을 찍어오


2. 가끔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 모든 고양이가 그런가 싶다가도 두부의 행동 패턴은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 어느 때는 유독 붙어있기를 원하지만 또 어느 때는 만지는 것조차 질겁하며 도망가기도 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수면으로 채우는데, 잠을 자다가 또 언젠가는 우다다다다 하며 홀로 뛰어다닌다. 자기 나름대로 '플랜'과 '루틴'이 있을 것 같지만 인간은 전혀 그것이 파악이 되지 않는다. 개는 패턴이 있어서 요구하는 바와 현재의 상태가 쉽게 파악되지만 고양이는 정말 어렵다.

즐거운 두부의 하루


3. 속내를 들여다보면 온갖 상상을 다하는 것 같다.

 - 두부는 정말 멍하니 창밖이나 거울을 바라보곤 한다. 앉아서 혹은 엎드려서 온갖 생각을 다하고는 조용히 사라진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눈동자가 소리 없이 굴러가는 걸 보며 극 S인 나는 그런 두부의 머릿속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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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번 마음을 연 상대에겐 어느샌가 마음을 주고 애정을 표시한다.

 - 처음 두부를 데리러 갔을 때가 선명하다. 침대 밑에서 2시간 동안 나오지 않으려 했던 두부를 가까스로 설득했었다. 그때가 무색하게 지금은 집안 곳곳을 휘젓고 다니다가 잘 때쯤이 되면 머리맡으로 슬그머니 들어온다. 운동을 마치고 들어와 거실 바닥에 누워있으면 어디선가 소리 없이 나타나 온몸으로 압박 위로를 한다. 많은 순간 '이 녀석이 나를 의지하고 사랑하는구나.'를 느낀다. (하지만 푸코를.. 그냥 자기 아래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많은 걸 귀찮아하고 조용히 굴러다니는 두부를 보며 두부가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힘들지만 사회에 나름대로 적응하고 살았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고양이들의 매력 때문에 먼 옛날부터 고양이를 키웠을 지 모른다. 예측불가능성을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힘껏 사랑을 받으며 말이다 :)


응…?

푸코의 MBTI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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