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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Feb 04. 2022

우리집 강아지는 어쩌면 F와  T 그 사이

반려동물 MBTI  분석 2탄

캐릭터가 명확한 두부와 달리 푸코의 MBTI는 한참을 고민했다.
푸코가 내향적인 것도 알겠고, 그렇게 생각이 많은 것 같지도 않으며 전혀 계획적인 성향이 아니라는 것도 명확하다. 헷갈리는 부분은 T와 F 사이다. 녀석은 때론 이성적이고, 때로는 꽤 감정적이다. 그리고 때론 전혀 생각이란 걸 하지 않는 거 같기도 하고, 때론 전혀 공감이란 걸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ISTP와 ISFP 그 둘 사이 어느 쯤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1. 독립적이고 자기주장 강하다.

- 처음 푸코를 만났을 때 적응해야했던 부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댕댕이 = 주인에게 앵기고 옆에 꼭 붙어서 너무너무 좋아한다.'의 선입견을 푸코가 부수어주었다. 푸코는 꽤 독립적인 강아지다.

산책을 할 때도 본인이 원하는 경로로 가길 원하고, 간식 없이는 불러도 왠만해선 오지 않는다. 가끔 애견놀이터에서 리쉬오프를 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푸코를 영영 찾지 못할 것 같아 그저 환상 속의 활동으로 접어두었다.

오셈

2. 신중하고 의심이 많다.

- 성장배경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겁이 참 많다. 작은 강아지가 아니라서 멋지게 뛰어나리는 장면들을 가끔 상상하곤 하는데, 푸코는 자기에게 확신이 없는 장소나 사람에게 향하지 않는다.

주인이 먼저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그제서야 따라오고 살짝 용기를 내본다. 거기다 발이 물에 젖는 것을 싫어해서 비가 오는 날이면 조심스레 걷고는 집에 들어와서 한창을 그루밍 한다. (가끔 고양이 같다.)

돌다리도 두들겨도 안가


3.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과묵하다.

- 강아지라면 대부분 외향적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푸코는 소리에 꽤 민감한 편이다. 그리고 과묵해서 거의 짖지 않는다. 가끔 두부랑 놀자고 할 때 혹은 정말 반가운 몇 명을 만났을 때 정도 제 목소리를 내곤 한다.

강아지 동반 까페나 공원을 가면 먼저 다가오는 다른 강아지들을 힘들어한다. 그게 느껴질 정도로 푸코는 차분하다. 또 엄청난 엄살로 유명한 시바와 비슷한 부류임에도 동물병원에서 정말 얌전하게 진료를 받는다. 수의사선생님들의 손길이 자기를 위한 것임을 아는 걸까. 병원이 익숙한 것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괜시리 대견하기도 하다.

두부야, 나 나가도 돼?


4. 까칠해보이지만 여리다.

- 푸코의 첫인상은 '나를 왜 만져.' 였다. 당황했지만 푸코는 누구보다 사랑받고 사랑주기를 원했던 강아지였다. 먼 발치에서 관심없는 척 하다가도 이내 자기를 만져달라고 정말 조심스레 다가온다. 또 두부가 파고들어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 자기도 그 큰 덩치를 고양이마냥 온 몸으로 파고들 때가 있다. 물론 원래 살갑고 치대는 성향은 아니라서 굉장히 어설프다. 뚝딱뚝딱 부리는 애교에 주인은 홀랑 넘어가고 만다.


전체적으로 쓰고보니 푸코는 ISTP 쪽에 가깝게 느껴진다. 비록 결과론적인 특성에 짜깁기한 셈이지만, 하나씩 골라보며 푸코와 두부의 성향을 간만에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개1, 고양이1로 라벨링 되기엔 둘의 성향은 너무나도 개성있다. (덕분에 개와 고양이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사라진지 오래다.) 종마다 특성이 다름에도 각각의 개체마다의 특성도 너무 다르다.

무서웡

'우리는 모두 다 달라. 성향도, 성격도, 개성도.' 라는 걸 인정할 수 있도록 어느정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MBTI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 푸코와 두부의 MBTI를 추측해보려고 녀석들의 지나온 행동들을 훑어보고, 글을 쓰는 날은 반나절을 지켜보았다.


결국 상대가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고 인정하려면 끊임없는 관찰과 관심 기울이기가 필요하다. 선입견 없이 상대를 마주하려면 말이다. 하늘 아래 같은 인간도, 강아지도, 고양이도 없기에!

두부 : 너가 가서 맛있는 고 달라해

(TMI. 저는 MBTI를 썩 믿지 않는 그런 MBTI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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