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_서로 닮아가는 개와 고양이
종의 특성.
개와 고양이가 인류와 함께 한 시간은 어마 무시하기에 서로서로 어떤 교집합들이 생길 만도 한데,
둘의 공통점이라고는 다리가 네 개고 인간과 반려동물로 살아가며 귀엽다는 게 전부다.
같은 개들도 시바인지, 닥스훈트인지, 치와와인지에 따라 성향이 천차만별인데, 하물며 개과의 대표인 개와 고양잇과의 대표인 고양이는 얼마나 다를지.
여전히 낯설기만 한 고양이. 나도 이렇게 낯선 데 개 입장에서는 또 얼마나 낯설까. 그래서인지 처음 온날부터 개와 고양이는 한동안 서로를 관찰했다. 작은 미동도 허용하지 않고 둘은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어떤 날은 개가 주인에게 달려들어 재롱을 부리고, 간식을 얻어내는 모습들을 고양이는 캣타워 맨 상단에서 아무런 목적 없이 쳐다 보고 있었다.
고양이 생각엔 '저렇게 까지 해서 간식이 먹고 싶을까?'라는 연민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두부의 무관심 속 관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푸코는 오늘도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그리고 반대편 멀찍이서 캣타워에서 두 번의 울음(야옹 야옹)으로 먹이를 얻어내는 두부를 바라본다. 두부는 푸코만큼 잘 먹지 않아서인지, 배고프다고 하면 언제든 간식 하나를 입에 물려주게 된다. 이렇게 앉아서 호강하는 두부를 푸코는 유심히 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불현듯 어떤 날들은 푸코와 두부가 종의 특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집합들을 만들어냈다.
어느 날, 서재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묵직한 우당탕탕 소리가 났다.
저녁시간의 고요함을 깨는 소리는 베란다에서 났다.
푸코였다.
푸코는 두부의 캣타워 등반을 며칠간 유심히 지켜보았고, 목적 없는 도전을 했다. 선반 등반.
열심히 올라갔으나 그는 두부가 아니었고, 결국 2/3 지점에서 해맑게 웃더니 이내 심각해졌다. 고양이에 비해 푸코는 너무 단단하고 묵직했고 뻣뻣했다. 낑낑대는 녀석을 꺼내려다가 바보 같은 귀여움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바보 같은 녀석. 두부한테 더 배우든지 해라. 아니면 조용히 올라갔다가 조용히 내려와 줘...
두부의 식탐.
고양이가 자율배식이 가능한, 양 조절을 할 수 있는 절제의 똑똑한 동물이었다는 것은 나의 큰 편견이었다.
처음 며칠간 집안 분위기를 살피던 두부는 집에 적응을 한 건지, 푸코의 먹는 모습에 감화가 된 건지
놀라운 식탐을 드러냈다.
방을 비운 사이, 늘 졸졸졸 쫓아다니던 푸코가 웬일로 두부방에서 얌전히 소리없이... 있는 게 아닌가?
조용한 개는 주인을 불안하게 만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부의 공간으로 갔다.
웬일로 개와 고양이가 즐겁게 고개 숙이고 있었다. 고양이가 떨어뜨려준 간식을 개가 맛있게 주워 먹으면서... (개, 고양이 모두 먹을 수 있는 트릿이였다. 둘 다 정말 환장하는 간식.) 푸코는 눈에 보이는 대로 다 주워먹을 게 분명했기에 바닥에 떨어진 간식을 후다닥 주웠다. 밑을 정리하고 책상을 보는 순간 스탠드로 비친 두부 얼굴을 보았다...
너무... 탐욕스럽게 먹고 있는 게 아닌가? 푸코에게 뺏길까봐 그런 걸까... 저렇게 게걸스럽게 먹는 고양이가 다 있다니....
종의 특성 따위 먹는 것 앞에서는 별 게 아닌 게 되나 보다. 사람 사는 거도 다 비슷하겠지. 맛있는 음식, 따뜻한 집, 가족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녀석들의 집단행동에 피식해본다.
덧. 둘이 처음으로 한 침대에서 꼬리가 닿았다. 중요한 건 둘다 서로 닿은 게 주인의 몸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고개를 들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후 부리나케 도망갔다. 이종 간의 평화 파투 4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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