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현은 남한에 처음 정착하면서 자주 듣던 말이다. 속에 품거나 거짓되게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북한식 어법에 당황한 남한 사람들이 탈북자의 직설적인 표현에 불편함을 드러내며 쓰던 말일 것이다.
처음에는 나만 듣는 말인가 생각했는데 탈북자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탈북자들은 직설적(공격적)이고 흑백논리가 강하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으며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반대로 처음 정착하는 탈북자 중에는 남한 사람은 예시(여우) 같아서 그 속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거칠고 투박한 북한 사투리에 익숙한 탈북자가 나긋나긋한 서울 말씨와 교양 넘치는 몸짓의 인사를 처음 받아본다면 누구나 한 번쯤 상대가 나에게 ‘목적을 갖고 접근’한다는 두려움이 들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처음 남한 문화를 배워갈 때 나에게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라고 훈시하던 사람이 이렇게 조언했다. “네 생각을 남에게 함부로 들키지 마, 자기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건 천박한 거야,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지. 교양 있게, 우아하게 품위를 지키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거야.”
어렵다. ‘교양’ 있는 것은 무엇이며, ‘우아’와 ‘품위’는 왜 필요한지, 내 생각을 들키는 것이 왜 하수인지, 남한 사람은 너무 어렵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처음 보는 나(탈북자)에게 예쁘다, 어려 보인다, 아름답다, 남남북녀라더니 등의 미사여구를 마구 던진다.(이런 과도한 표현을 써야 예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예쁘지 않고 어려 보이지도 않은 수수한 얼굴을 가진 내가 듣기엔 자본주의 기름칠이 잔뜩 묻은 ‘가식’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미사여구 없이 담백한 인사가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나는 차라리 직설적이고 공격적으로 보일 지라도 속 보이지 않는 진솔한 느낌 그대로의 언어가 좋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된 표현은 감출 것이 많고 지킬 것도 많은 사람들의 하릴없고 배부른 말장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