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이 흥행하기를...

탈북자의 눈으로 본 드라마

by 이샘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앞에 앉은 젊은이들이 수다를 떤다.

-야, 너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 봤어?

-어젯밤에 몰아서 다 봤어. ‘중대장동지~저 에미나이가...ㅎㅎ’ 현빈이 넘 멋있지 않냐? 그나저나 현빈이 운명은 어떻게 될까?

청춘들이 북한 어투를 따라 하며 키득거린다.


나에게 북한은 잘라버릴 수 없는 ‘아픈 손가락’이다.

태어난 고향과 부모형제가 있고 가난하고 못나고 아픈 추억이 살아 숨 쉬는 어제의 ‘나’다.

‘북한’이라는 이름이 자랑스러운 곳에서 불리지 못하고 핵전쟁이나 인권유린, 가난한 나라의 척도로 불릴 때면 마음 한구석이 아프고 주눅이 든다.


드라마(사랑의 불시착)가 북한 이야기라는 걸 알았을 땐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탈북 이야기나 가난하고 고립된 북한을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비웃거나 비하할 것 같아 불편했다.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옮겨 다니다가 우연히 본 드라마에서 군인가족 여인네들이 김장하는 장면을 보고 옛 기억이 아파서 재빨리 채널을 돌려버렸다.

‘빛바랜 추억은 아름답다’는데 기억이 추억이 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며칠 전, 어느 모임에서 또 드라마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뾰족한 입을 세우고 그 드라마도 결국 ‘북한은 가난하고 이상한 나라’라는 가십거리나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투정했다. 옆에 앉은 사람이 ‘드라마는 드라마틱한 상상과 화려한 연출이 가미된 허구니까 그냥 재미있게 즐기라’고 말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그 사람 말처럼 드라마니까 가볍게 즐기면 될까. 그의 말이 맞기를 바라며 드라마를 마주했다.


주인공을 둘러싼 배경은 북한이다. 주인공은 DMZ 철책 선을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죽지 않고, ‘11과 대상’라는 명함으로 당당하게 남한 말을 써도 잡혀가지 않고, 절벽에서 패러글라이딩 타고 뛰어내리고, 영애 동지(대좌의 부인) 무리들과 친구도 되고... 정말 드라마틱한 상상력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속에서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드라마는 북한 군인들이 꼬부랑 국수(라면)를 먹고 남한드라마를 보고 남한 상품이 장마당에서 거래되고 기차여행과 호텔 식당에 전기가 끊기는 등 그곳(북한) 주민들의 살아가는 모양을 비하하거나 비꼬지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가볍게 그려내고 있다.

그곳에서 여주인공은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의 언어와 문화를 알려주고 북한 것을 재빨리 습득해나간다. 에미나이, 살 까기, 등 북한식 사투리도 재미있다.


아, 이 드라마 신선하다. 마음에 든다. 사랑이 금기의 땅에 불시착한다는 뻔한 러브스토리지만 그 배경이 북한을 비추고 그들(북한)의 문화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평범하게 보여주고 있다.

백 마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재미를 더한다.


이 드라마 흥행했으면 좋겠다.

바라기는 북한 사람들의 문화와 삶이 더 많이 보여져서 그들의 삶이 우리네(남한)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으면 좋겠고, 북한이라는 이름이 ‘틀림’의 대명사가 아닌 우리의 ‘이웃’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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