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눈에 비친 아이러니 남한
남한에 와서 낯설고 의아하게 느꼈던 중에 남한사람들은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등의 감정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별것 아닌 일에도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옷깃이 잠깐 스쳐도 ‘죄송해요,’ ‘미안합니다.’는 표현에 적극적이다.
북한에 사는 동안 나는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는 말을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부모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은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마음에 깊이 묻어두는 것이 진국이라고 여겼다.
대신 ‘잘못했습니다.’ ‘비판합니다.’는 부정적인 표현에는 거침이 없었다. 상대의 잘못된 부분을 찌르고 공격하는 것에 길들여지고 익숙해져있었다.
그래서일까.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처음 보는 이에게도 서슴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남한사람들의 행동이 낯간지럽고 가식적이라고 느껴졌다. 심지어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나? 왜 이렇게 친절하지?’ 의심도 했었다.
마음을 보여주는 언어인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다.
남한은 긍정적인 표현엔 적극적이고 부정적인 언어는 부드러운 필터를 씌우거나 에둘러 표현을 순화시킨다. 반대로 북쪽은 부정적인 표현은 칼날같이 날카롭고 긍정적인 표현은 부끄러운 듯 깊이 감추는 것을 미덕이라 여긴다.
남과 북의 의사표현 방식이 이렇게 다르다.
남쪽의 표현방식이 세련되고 적극적이라면 북쪽은 차갑고 공격적인 편이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고맙고, 미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알아챌 수 있었던 순박함이, 그리고 넉넉함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처럼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는 인색함보다는...
때로는 말로 전하는 감정보다 무언이 더 찐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