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요즘 탈북자가 다시 월북했다는 뉴스로 세간이 시끄럽다.
나도 탈북자여서 그런지 전후사정보다 그 선택을 한 당사자에 마음이 쓰인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엄마 보고 싶었나?
오늘은 아는 지인을 통해 sbs모닝와이드 팀 작가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다.
어제 아침 뉴스 기사로 접했던 신변보호관에 의한 탈북여성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인터뷰하고 싶단다. 신변보호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신변보호관에게 피해본 사례가 있는지 묻던 작가가 이번 사건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사건’이라고 단정 지어 말한다.
'이미 사건을 결론짓고 인터뷰 하네?'
여러 질문을 쏟아내던 작가가 문득 인터뷰하기 불편하면 다른 사람을 찾아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처음부터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절한 터여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해달라고 사정하던 작가가 왜 갑자기 전화를 끊은 건지 의아했다. 신변보호관에 의한 피해사례를 묻는 질문에 작가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해서 일까?
신변보호담당관은 탈북자가 하나원을 나오면서 거주 지역 관할 경찰서 경찰관으로부터 신변보호를 받는 제도이다. 말이 ‘신변보호’지 특별한 건 없고 탈북민이 남한사회에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잘 정착하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신변보호담당관이 하는 일은 한 달에 한번 정도 전화로 직업은 찾았는지, 건강상에 문제는 없는지 안부를 묻거나 가끔 밥을 사주며 정착 잘하라고 독려하는 게 고작이다. 나를 담당한 신변보호관들은(남한 정착 15년 중 담당관이 10번 정도 바뀐 것 같다.) 설 명절, 추석마다 샴푸, 비누, 참기름, 햄 세트 등 선물을 꼬박꼬박 챙겨주고 김장철이면 김치도 배달해 주었다. 몇 년 전에는 학비에 보태라며 장학금 지원도 받았다.
물론 작가에게 이런 사실을 전해주었다.
전화를 끊고서 계속 밀려드는 걱정은 이 사건으로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질까 봐 걱정이 된다.
이 사건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사건인지, 아니면 위력을 가진 한 개인의 성폭력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어느 누구든 성폭력을 자행했다면 엄중히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남한사회에서 탈북자는 피해자가 되었든 가해자든 한 개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탈북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평가를 받는다. 언론의 표현도 '성폭력 가해 경찰관'과 '피해 여성'이 아닌 '피해 탈북여성'이다.
작가가 단정 지어 말하던 ‘위력에 의한 탈북민성폭력사건’이라는 말에서도 탈북여성은 한 개인으로는 존재하지 못한다.
고민 끝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할 사람을 찾았는지 물었다. 못 찾았단다. ‘그러면 제가 인터뷰할게요.’ 작가에게 인터뷰를 결심한 이유도 설명했다. 반색을 하며 인터뷰 장소와 시간을 묻던 작가가 다시 연락을 준다더니 소식이 없다.
언론을 통해 사건사고가 공개되면 사건의 본질은 어디 가고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속한 사회가 뭉뚱그려 평가절하 되고 편 가르기에 열을 올리는 사회현상에 피로가 쌓인다.
정착하기 쉽지 않은 남한사회에서 이 사건은 탈북민에게 또 어떤 꼬리표를 덧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