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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Dec 28. 2023

부정사에 미쳤었다.

영어문법

** 부정사 (不定詞, infinitive)

영어 따위에서, 인칭ㆍ수ㆍ시제에 대하여 제약을 받지 아니하는 동사형. 동사 원형 앞에 ‘to’가 붙기도 하고, 동사 원형 홀로 쓰이기도 한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였다. 돌이켜 보니 나도 어딘가에 미쳐 있었던 때가 있었다. 소위 노래나 가수, 영화배우, 탤런트 등의 연예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에 대한 팬으로서의 '미침(?)'을 제외하고 내가 미쳤었던 적이 있었던가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있었다. 부정사.


나는 학생 때 영어를 공부하면서 도대체 왜 내가 영어에 대한 이해를 이렇게나 못하고 있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고, 그러다 부정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나는 만약 부정사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된다고만 한다면 영어에서 단어를 제외하고, 문법에서는 거의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정사는 그 용법과 역할에서 영어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영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일정기간 부정사에 몰입할 것을 이야기한다.


이의 폐해가 나의 글쓰기에 여실히 드러난다. 부정사를 한국말로 번역을 하게 되면 주로 '~ (하는) 것'이라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오랜 기간의 해외생활은 나의 언어를 애매하게 만들었다. 실은 아름다운 우리말 '한글'에서의 글쓰기에서 '~ 것'의 표현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부정사에 심취하기도 했었고, 오래된 직장생활과 해외에서 얻은 알량한 표현으로 나의 언어를 잃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음먹고 고쳐간다고 하면 못 고칠 것도 없겠으나, 그리 마음이 가지도 않는다.


나는 내 세대에서는 그런대로 영어를 하는 편에 속한다. 영어로만 보면 학교에서 지금까지 거의 일취월장이다. 아마도 중등학교에서의 영어 선생님들이 나를 기억하고 계신다고 하면 나는 영어에서는 거의 바닥이었을 수도 있다. 지금의 나를 보신다고 하면 너무나 놀라실 것 같다. 아마 당시의 영어선생님 보다 지금의 내가 더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 지금의 세대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비교 자체가 되질 않는다.


그로 해서 지금의 내가 있지 싶다. 해외 근무를 비교적 오래도 했고, 지금도 멕시코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말이다.


삶의 모습도 같지 싶다. 내가 학생 때 영어에 헤매고 있었을 때, 나는 많은 고민을 했었다. 문법은 광범위하고 외워야 할 단어는 너무나 많았다. 서점에서 영어책은 넘쳐났고, 그중에서도 '성문'시리즈는 거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본영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합영어 수준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정사에 눈이 가기 시작하였다. to 부정사, 원형 부정사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용법이나 역할들이 영어 문법 전반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팠다. 부정사만 팠다. 영어의 구조가 이해되기 시작하였고, 영어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내 세대에서 내가 그래도 성공한 게 있다고 하면 영어 일 수도 있겠다. 그런 나의 영어 인생에서 딱 두 가지는 나에게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된다. "부정사와 Word power"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영어 성공의 비결을 묻는다면 나는 이 두 가지를 이야기할 것 같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어느 순간 몰입과 집중의 순간이 온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관심의 끈을 놓지만 않으면 반드시 몰입과 집중의 순간이 온다. 그걸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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