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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Apr 15. 2024

16. 정체기가 찾아왔다.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꾸준함이다.

삶의 정답을 알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운동을 지속해 가면서 당연하게도 정체기가 찾아왔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느낌이다. 한 2주 전부터 몸과 마음에 동시에 찾아왔다. 살아온 세월 덕분인지 나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안다. 실은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나 갈등이 생겼을 때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 해결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보면 '사랑한다.'는 한마디,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대부분의 갈등을 해결하는 단초가 되는 걸 보면, 삶의 정답을 알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심각하게 끌고 가고 싶지는 않은데, 몸에 찾아온 정체가 마음에까지 미치었다. 분명 강도도 높아졌고, 운동의 밀도도 짙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멈춤을 느꼈다. 실은 이게 당초 내가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때의 마음으로 보면 이런 정체가 그리 큰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나에게 있어서 운동의 목적 자체가 유지나 그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제는 가만히 있으면 몸이 자연스럽게 낡아가는(?) 그런 나이에 이르렀으니 운동을 해간다는 것이 앞으로 나아감이 아니라 유지함에 있는 것이니 정체라면 본전은 하고 있는 것이다.


정체를 극복하는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함에 있다.


찾아온 정체는 나의 마음에도 찾아왔다. 그리 걱정은 되지 않으나, 이를 극복하고 싶다. 정작 나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알고 있다. 꾸준함. 정체를 극복하는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함에 있다. 운동을 지속하다가 정체기가 찾아오면 기본적으로 눕고 싶다. 밥을 먹고도 눕고 싶고, 체육관엘 가야 할 시간에도 눕고 싶다. 운동에 있어서의 정체기에는 그저 체육관에 발만 들여놓으면 되는 그런 것인데 결국은 눕고 싶어 진다.


토요일에 꼬박 하루를 그랬다. 아내는 오늘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일찍 나갔다. 그게 더 나를 퍼지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마음에 정체기가 찾아오면 왜 그렇게나 핑계가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누웠다 (설거지도 했다. 혼자 있어도 밥도 제대로 챙겨 먹고, 즉시 설거지도 한다. ^^). 잠이 들었는지 깨보니 정오다. 아마 주말이든 휴일에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오전에 잠을 잔 것은 몇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일어나서 넷플릭스 보다가 점심 먹고, 2시간 정도 있다가 체육관엘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다른 핑계를 대었다. 이런 마음으로 운동하다가 다칠 수도 있다는 그나마 논리적인 핑계를 찾아냈다.


문득 오후 늦게 이러다가 삶의 동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한 순간이 나의 정체기 극복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일단 일어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어나서 맨손체조를 시작하고, 푸시업도 하고, 플랭크도 하고, 한 40여분을 움직여 보았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체기가 사라 졌다는 느낌이 들기엔 아직도 멀었다.


근육이 없어질 것이란 불안도 동시에 찾아오는 것 같다.


운동을 지속해 가다가 정체기가 오면 정체에 대한 불안도 불안이지만, 근육이 없어질 것이란 불안도 동시에 찾아오는 것 같다. 실제로 나의 경우엔 근육량이 손실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운동을 지속하지 않으면 분명 근육량이 줄어들 것인데 이에 대한 불안도 같이 오는 것 같다. 실은 살아오면서 근육량이 줄어들 것이란 불안은 느껴 본 적이 없는데, 참 묘하다. 근육량이 줄어드는 걸 걱정하다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운동량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찾아온다.


정체기에 찾아온 근손실의 불안이 운동량을 증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뻗어나갔다. 아마도 나는 오늘 체육관엘 갈 것이다. 눕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눕고 싶다. 운동을 해봐야 뭐 하나라는 정체기의 생각이 나의 몸과 마음을 감싸고 있는데, 아주 작은 목소리의 나의 마음은 체육관에 가야 한다고 한다. 나는 안다. 나는 오늘 체육관에 가서 운동량을 늘려서 운동을 하게 될 것이다. 작은 마음의 소리가 이겼다. 그러지 않고는 나는 이 정체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꾸준함이다.


정체기가 왔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많은 분들의 조언은 운동 방식의 변화였다. 그런데 운동 방식의 변화는 단조로움, 즉 재미없음에 대한 해결이 될 수 있다. 정체기 자체에 대한 해결은 꾸준함이다. 나의 경우엔 일단은 체육관에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체육관엘 가는 것은 정말 쉽다. 그저 운동복 갈아입고, 집 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여 층 밑으로 내려가면 체육관이다. 아파트(멕시코에서는 우리와 같은 아파트 단지라는 개념은 잘 없는 것 같지만.) 건물 내에 체육관이 있으니 말이다. 나 스스로도 그게 어렵다고 하면 정말 배부른 소리다. 나도 안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망설여지는 것은 정체기가 가지는 속성 중 하나인 듯 싶다.


게다가 정체기에는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핑계가 수도 없이 늘어난다. 속도 쓰린 듯하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그러다 보니 근손실이 더 커질 것 같은 불안감이 증폭된다. 어떻게 보면 삶의 불안을 감소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 될 수 있는데, 운동으로 야기되는 불안감이라니 말도 안 된다.


계획은 '실행' 뒤에 와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한 2주를 이랬다. 지금도 다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오늘 체육관엘 간다. 가게 되면 운동량도 늘릴 것이다. 정체기 극복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뭔가 문제나 시련을 가지고 이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계획 자체보다도 '實行'이다. 실제로 행하는 것. 계획은 '실행' 뒤에 와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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