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내 놓고 보면 세월은 참 빠르다. 5년차가 되어 돌아보니 법인도 그렇고, 내가 살고 있는 산루이스포토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쇼핑몰도 들어서고,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는지, 거리에 다니는 차량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엔 오래된 차들이 많이 보였는데, 몇 년간 신형 차량들이 많이 증가되었다. 우리 아이들도 커가고 있었고, 큰애는 미국에 소재한 대학에 입학을 하였다. 참 많은 일을 했다. 멕시코에 처음 발을 디뎌 놓았을 때는 걱정도 많았었고 법인 초기엔 공사, 판매 확대, 세팅으로 정신없이 지내기도 했는데, 벌써 5년차다. 이제 본사 복귀를 할 시점이 되었다. 멕시코에서의 만 4년은 나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기억이 많았다. 자신감이 충만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앞만 보고 달렸다. 이제 지난날 들을 돌아보면서 감회에 젖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나는 이후에도 6년을 멕시코에 더 있게 된다. 당시엔 더 있게 될지는 몰랐다. 당시의 느낌으로 이 글을 써가려 한다.
법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년 여가 지났을 때는 법인의 생산 및 2공장 총괄 담당이셨던 부법인장님이 멕시코 내 다른 법인으로 발령을 받아 떠나셨고, 3년이 지날 무렵엔 법인장님이 본사로 복귀하시고 신임 법인장님이 부임하셨다. 법인장님이 바뀌게 되면 업무 보고 준비 등 할 일이 많아진다. 또한 아무래도 두 분의 관리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를 것이니 앞으로 당분간은 여러 가지로 정신없을 것이다. 전임 법인장님과 신임 법인장님의 관리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그게 당연하다. 서로의 경험이 다르고, 성장해온 배경이 다르니 다를 수 밖에는 없다. 리더십의 훌륭함을 떠나서 관리 스타일이 다름으로 인해 모든 프로세스를 다시 보게 되었다. 직원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업무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직이 비교적 자유로운 멕시코에서 인근 산업 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우리 법인 출신의 사람들은 인기가 있었다. 일도 일이지만, 본사와 연계한 프로세스, 교육 등의 직원 역량 향상을 위한 노력들이 우리 직원들에겐 경력개발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정성 들여 교육을 시키고, 업무 역량을 강화해서 이제 일할 만 하면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출근 당일 아침에 와서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라고 하는 직원도 있다. 무슨 소리냐고 물으면, 오늘 우리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간다는 거다. 멕시코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너무나 낯선 장면이었는데, 이젠 익숙해졌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는 직원들의 이직이 너무 잦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워낙 이직이나 해고가 비교적 자유로우니, 우리와는 다른 조직 문화다. 이런 문화 속에서 우리가 교육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나는 그렇더라도 직원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은 지속되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으로서 멕시코 지역 사회나 경제발전에 기여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와중에서 몇몇은 아직도 법인에 남아서 근무를 하고, 그 사람들이 법인을 이끌어 가고 있다. 2008년부터 2009년에 내가 채용했던 직원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근무를 하고 있고, 법인에서 각각의 포지션에서 간부가 되어 법인을 경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한 명은 당시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는데, 우리 법인의 소액 현금 관리를 담당했던 직원이었다. 그러면서 일을 잘한다기보다는 성실했었고, 그래서 법인에서 교육도 하고 했는데, 그 직원이 아직도 근무를 하고 있다. 처음엔 채용을 하면서도 3개월 두고 보면서 일을 시켜보고, 3개월 후에 결정하자 했었는데, 소액 현금관리를 하면서 아주 세밀하게 잘하는 것이었다. 3개월 인턴쉽 기간을 마치고 바로 채용을 하였다.
멕시코는 기본적으로 가족이 아니면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파티 같은 모임들을 많이 하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넓혀 가는 것이다. 나는 지금 멕시코에서 멕시코 사람으로서 내가 가족과 같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6명 정도 있다. 물론 친구들은 많다. 11년 정도 있었으니 많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5년차에 접어들 시점부터 내가 법인을 옮겨 근무를 할 때에도 장소에 상관없이 이 6명의 친구들과 언제나 컨택을 유지했다. 이중 3명은 우리 직원이었는데, 지금은 법인에 두 명이 남아 있고, 한 명은 회사를 그만두었다. 다른 세명은 소개를 받아서 친하게 되었는데, 나중엔 가족과 같이 친하게 되었다.
5년차가 되니 이제 멕시코를 떠나기는 아쉬웠지만, 복귀 준비를 해야 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고, 본사에서도 내 후임 선발 절차를 밟고 있을 것이다. 후임으로는 여러 사람이 거론되고 있었고, 그중에 한 사람이 결정되어서, 현지 교육을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후임도 결정되었고, 나도 복귀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이제 직원들에게도 이야길 하고 업무 보고 등 준비를 시켜야 했다. 동시에 업무 인계 서류도 준비하고, 그동안의 영업 Know-how와 고객사 미팅 일정도 잡아서 같이 소개를 시켜 주기도 해야 했다. 영업도 하면서 업무 인계 준비도 해가고 바쁜 나날이 지속되었다.
어느 날 퇴근을 하려는데 본사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멕시코에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되려 하는데, 현지 경험이 많은 내가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내가 복귀하기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하고 통화를 마쳤다. 이 통화까지만 해도 내가 그 신규 프로젝트의 장이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이후 본사와 컨택을 지속하면서 프로젝트를 검토 진행하게 되었고, 이후에 들어갈 때가 되니, 본사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를 마치면 복귀하는 걸로 해야 한다는 연락이 있었다. 프로젝트의 검토를 마치고 실행단계에서 나는 이 신규 법인의 법인장으로 내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6년을 더 멕시코에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