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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사랑합니다.

by 구자룡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미친 오지랖일지라도 뭔가 하나는 남겨 두어야 했다. 한국 드라마는 왜 이렇게 전설들을 만들어 내는지.. 작가님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이 이야기의 배경 세대는 나의 세대와 같았다. 애순과 관식은 우리 부모님 세대를, 금명은 우리 세대를 그려냈다. 약간의 더함과 덜함은 있었을 지라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느낌들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항상 그런 생각을 해왔다. 그 누가 뭐라해도 전쟁을 겪으신 우리 부모님 세대의 고생은 따라 갈 수가 없다고. 그리고 그 고생을 인정하고 존경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어떻게 보면 이런 생각은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내가 어려운 시기에 있을때 나는 우리 부모님과 그 이전 세대를 생각했다. 그 모진 세월을 견뎌오신 분들도 계신데 나는 왜 이렇게 징징대고 있는 것인지..


역동적이지 않았다. 나는 비교적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아주 치밀하고 분석적인 심리물이거나, 아니면 역동적인 내용으로 촘촘하게 채워진 영상을 좋아한다. 많은 한국의 드라마들이 나의 눈을 높여 놓았다. 조금 허술한 내용이나 답답함을 느끼게 되면 바로 삭제 버튼을 눌러 버린다.


이 드라마는 역동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잘 만든 드라마다. 작가님과 배우분들의 탁월함이 경지를 끌어 올렸다. 대단한 드라마이다. 주말이 기다려 졌다. 주말이 되면 아내는 옆에서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입에서는 작은 미소와 큰 웃음이 왔다 갔다 했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그렇게도 꽉 매고 있는 '행복의 틀'을 깨버렸다. 아, 그 속에서도, 그 지난한 삶 속에서도 행복이 느껴질 수 있구나를 알려 주었다. 자식에게 먹일 것이 없어서 동동대는 상황 조차도 아주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감싸진 행복을 끄집어 내 주었다.


긴말이 필요하지 않은 듯 하다. 간만에 정말 좋은 드라마를 보았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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