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중독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운동중독, 쇼핑중독, 일중독... 중독이란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차치하고, 어떤 것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걸 말한다는 걸 우린 안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 그렇다고 하면 OO중독은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닐 것이다. 뭔가 해가 될 것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나는 배움 중독이 되어가고 있다. 일정기간 뭔가 배우고 있거나, 배우는 시간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면 허전하다. 허전할 뿐이니 아직 중독은 아니다. 그런데 이제야 뭔가 새로운 걸 배워가는 재미가 느껴진다. 정말 재미있다. 뭐를 배우던 배우는 그 자체로 재미가 있어진다. 그러니 배움 중독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어쩌면 나의 인생의 대부분은, 우리 세대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을 수도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렇게 일을 재미있어했고, 일의 성과를 즐겨왔다. 아직도 나는 50대에 내려놓고 비우고 여유를 가지라는 충고(?)는 무시한다. 나는 여전히 일이 좋고, 앞으로도 나는 일을 해 갈 것이다. 앞으로 일의 방향은 많이 달라지겠지만, 나는 이를 일의 범주에 넣고 끊임없이 일을 해가려 한다. 그러면서 나는 배움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시작은 내 친구로부터였다. 30년 이상을 꾸준하게 만나온 학교 친구들이 있다. 10명인데, 30년 이상을 정말 꾸준하게 만나왔다. 일정기간 안 보면 보고 싶고 다들 너무나 좋은 친구들이다. 학교를 제외하고는 다른 길을 찾아서 살아온 친구들이지만 우린 서로가 공감한다. 그 친구들 중에 한 친구가 어느 날 주말에 요리를 배운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일배움카드를 이야기해 주었다. 이후 나도 알아보고 카드를 신청했고, 일정 금액을 지원받으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회사를 마치고 저녁 시간에 3시간 정도, 일주일에 2~3번을 출석하는 과정이었다. 여기서부터 나의 배움이 시작되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은 거다?
학교를 제외하고, 직장인으로서 직장의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과정을 배워보기는 처음이었다. 배움도 배움이었지만 처음엔 학원이 있는 장소 주변부터 이야길 해야겠다. 나는 언제나 세대를 섞어서 살아온 것 같다. 내가 어디에 있던 어딜 가던 나의 윗세대도 있고, 나의 세대도 있고, 나의 아랫세대도 있었다. 집에서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학원이 있는 강남역에 과정을 듣기 위해서 저녁에 가보니 우리 애들 세대만 보였다. 뭐지? 활기 그 자체였다. 아, 나이가 젊다는 거 하나만 가지고도 이렇게 활기가 느껴질 수 있는 거구나...
나에게 그런 젊음의 자연스러운 활기는 없다. 활기 - 활발한 기운. 하지만 활기를 가지려 노력은 한다. 이젠 활기도 노력해서 얻어내야 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런 활기는 학원 과정을 수강하면서도 느껴졌다. 역시나 과정을 듣는 수강생 중에서는 내가 가장 고령(?)이었다. 나는 일러스트 과정을 듣고 있었다. 처음엔 걱정도 되었다. 무슨 일러스트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난 당시 그냥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었는데, 그림이 멋있어 보여서 그 과정을 들었다. 처음엔 너무나 생소해서 걱정도 되었지만, 오랜 직장생활로 컴퓨터에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따라 가는데 크게 무리는 없었다. 그렇더라도 100% 따라갔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수료는 했다. 100% 출석.
다음 과정으로 포토샵도 수료했고, 그다음 과정으로 SNS (블로그, 카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과정도 수료하였다. 지금은 회사에서 일부 지원해 주는 전화 스페인어 과정을 일주일에 세 번 20분 과정을 밤늦은 시간에 수강하고 있다. 멕시코에 오래 살기도 했는데 주로 영어를 사용했고, 생존 스페인어 수준에 머물러 있어 보다 세련되게 스페인어를 구사하고 싶기도 했고, 다음에 멕시코 친구들을 만날 때는 스페인어만 사용하겠다는 당찬(?) 목표가 있어서다.
지난 SNS 과정에서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도 한 분 계셨다. 그리고 몇 년 어린 분도 계셨고, 다른 분들은 거의 우리 아이들 세대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 반드시 그렇다. 같이 배우는 수강생들을 보면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은 이 과정을 수료하고 설사 이를 업으로 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살아온 인생을 뒤집을 정도의 그렇게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20대 수강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서 인생 자체를 확실하게 바꾸어 갈 수도 있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만약 뭔가를 배우고자 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게 좋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은 거다라고 어떤 분이 말씀하신 걸 들은 적이 있다. 말꼬리(?) 잡자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은 거니까 늦었다고 생각 자체를 안 하면 된다. 억지인가? ^^ 우리 둘째 아이는 아주 어려서부터 가족들이 어딜 놀러 가자고 하면 안 간다고 고집을 피우고, 안 간다고 울어재끼기까지 했다. 그러곤 막상 목적지에 도착해서 조금 있다 보면, 제일 신나게 노는 아이가 그 아이였다. 이 버릇은 성장한 후에도 계속되었는데, 안 간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막상 도착해서는 정말 잘 왔다고 하곤 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나 역시 그런 순간이 많다. 어느 날 약간 서먹한 관계의 누군가가 만나자고 전화가 오면 이상하게 꺼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더라도 거절하기 어려워 만나기도 하는데, 막상 만나보면 만나길 잘했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단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배움도 그렇다. 뭔가 서먹하고, 누군가에게 내가 못하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꺼려지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일러스트 과정을 들으면서도 처음엔 질문 자체를 못했었다. 가르쳐 드렸는데 이것도 모르시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조금 지나니 역시나 나이가 젊은 - 마음만은 나도 못지않게 젊지 않겠나? ^^ - 수강생들은 질문을 거침없이 해댔다. 옆에서 가만히 들어보면 내가 봐도 쉬운 것이었음에도 그냥 모르니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나 역시 실습을 하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고, 강사님이 정말 친절하게도 설명을 잘해주셨다.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
뭔가를 배우게 되면 절실한 목표를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이 과정에 임하는 자세는 다르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나에겐 이 과정에 그렇게나 절실한 목표는 없었다. 그저 배움을 위한 배움이었다. 배우는 게 좋아서 배워가는 그런 배움이었다. 그렇다고 헛된 배움이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이 배움을 즐겨했다. 배우면서 행복했다. 배우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거면 충분하다. 지금은.
어떤 과정에서는 강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같은 50대를 만나더라도 - 내가 들었던 한 과정은 50대가 나 포함 4명이었다 - 뭔가를 지속해서 배워가는 50대는 10년은 젊게 살아가시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난 배우는 게 재미있었다. 뭔가를 배우는 데 있어서는 100% 출석이 나의 모토였다. 어떤 과정이던 일단 등록을 했으면 100% 참석을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저녁 약속은 되도록이면 점심으로 하고, 설사 저녁 약속이 있더라도 과정이 없는 요일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출석 100%로 수료하였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는 접하기가 상당히 쉽다. 그러다 보니 이를 배운다고 하면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움에 헛됨은 없다. 배우면 뭔가 달라진다. 나는 아직은 본격적으로 SNS를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SNS 속으로 본격적으로 가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이제는. 내가 배웠기 때문이다.
새로운 걸 배워간다는 건 그 자체로 의미 있다. 그래야 평생 뭔가를 배워가는데 두려움이 없어진다. 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배우는데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배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어색하기도 하고, 더더군다나 지금은 내가 뭘 가르쳐도 시원치 않을 나이에 전혀 새로운 걸 배운다는 것도 망설여졌고, 실제로 듣다 보면 처음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그 시간에 내가 혼자 공부하면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잘하는 게 있다고 하면 그건 거의 독학이었다. 시간이 엄청나게 소모된다. 과정들을 배워가면서 나의 이런 생각들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처음 뭔가를 배우려면 혼자 해도 되나요? 유튜브 보면서 배우면 되지 않나요? 이런 질문은 이제 하지 말자. 처음 얼마간이라도 좋은 선생님 찾아서 배우길 정말로 정말로 적극 추천한다. 이번에 내가 과정들을 들으면서 강사님은 나와는 띠동갑이 훨씬 넘어가는 심지어는 띠동갑이 두 번도 넘어가는 분들도 계셨다. 그분들이 너무나 잘 가르쳐 주셨다. SNS 과정에서는 강사님이 내가 출석 100%라고 강사님이 쓰신 책에 사인도 해서 상(?)으로 주셨다. 나는 과정을 등록하고 배우고자 했다면 출석은 꼬박꼬박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정의 내용이나 양이나 질이나, 생각해야 할 것이 많던 적든 간에 학원에 과정을 등록해서 배운다면 무조건 출석이 최고다. 그래야 뭔가 배운다.
성인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나로 보면 직장생활 자체만으로도 생각이 많고, 가족들, 친구들, 경제적, 사회적 등등등 너무나 많다. 세월이 그렇게 만들어 왔다. 그러니 뭔가 새로운 걸 배운다고 하면 배부르다거나, 지금 배워서 뭐 하려 하냐라거나, 돈이 아깝다거나, 시간이 팡팡 남아 돌아가서 그러냐 거나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많아서도 돈이 많아서도 아니다. 새로움을 배워가는 게 좋을 뿐이다. 언젠가는 새로움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여건이 안될 그런 시기도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로움을 배워가고, 새로움을 만들어 간다.
* COVID-19로 대면 수강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