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크리스마스엔 (흰) 쌀밥 먹고 싶어요.” 아내가 잠깐 나가 있을 때, 우리 막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내가 돌아온 후에 아내에게 이야길 하니, 다음날 아내는 흰쌀밥을 했다. 아이들은 좋아라 했고, 우리 둘째 아이는 "아, 쌀의 맛이 이런 거였구나.” 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흰쌀밥을 먹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쌀에 현미, 콩, 수수, 조, 옥수수 등을 섞어서 밥을 한다. 그러다 보니 밥의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아내는 콩, 현미, 옥수수 등이 섞인 잡곡밥을 좋아한다. 나도 결혼 초에는 좀 낯설었지만 지금은 잡곡밥을 즐긴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그렇게나 오랜동안 그런 밥을 먹어온 우리 아이들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저녁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을 해 주겠다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좋다고 하면서 “아빠, 김치볶음밥은 역시나 흰쌀밥으로 해야 하지 않나? 햇반 사 올까?”라고 한다. 나는 어려서 우리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한다. 아버지께서 어린 시절에 그나마 동네에서 우리 집이 쌀밥에 고깃국을 먹은 집이었다는 것이다. '(흰) 쌀밥에 고깃국' 참으로 오랜만에 생각나는 정겨우면서도 눈물겨운 말이다.
흰쌀밥을 먹으면서, 셋째가 한마디 한다. "흰쌀밥이면 반찬이 없어도 돼." 다른 아이들도 동의한다. 나는 역시나 흰쌀밥엔 김 한 조각과 간장이 제격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패턴이 정해져 있다. 김치찌개를 하는 날은 파래김을 굽는다. 밥 한 숟가락 위에 김치찌개에서 건져낸 김치를 얹고 그 위에 파래김을 얹으면 정말 맛이 있다. 동태찌개엔 쑥갓과 미나리. 김치를 새로 하거나, 사거나, 어디로부터 오거나 하면, 우리 둘째 아이는 라면이다. 김치의 참 맛을 느껴야 한다나. 주말엔 역시나 삼겹살이다. 삼겹살엔 역시나 상추와 쑥갓과 쌈장이다. 우리 큰애는 하루 세끼를 삼겹살로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삼겹살은 일주일에 주말 한 번만으로 정해져 있다. 아내는 목살을 좋아하니, 둘 다.
셋째는 정말이지 청국장을 많이 좋아한다. 일 년에 몇 번 청국장을 하는 날이면 집안이 냄새로 진동한다. 방문은 닫고, 거실 창은 다 열어놓고, 향초까지 켜 놓는다. 청국장을 하면 셋째 그릇은 커다란 대접이다. 아예 밥을 말아서 먹는다. 그렇게나 맛있다고 한다. 아주 어려서부터 좋아했는데, 우리 셋째의 청국장 사랑은 유별나다.
그렇게 우리는 음식으로 웃고 떠든다. 금요일은 주말 점심엔 무얼 먹을까를 토론한다. 토론이라기보다는 그냥 이야길 하는 것임에도 그렇게나 열띠다. 때론 피자/치킨 파와 삼겹살 파로 나뉜다. 그러다 둘다파가 나오기도 하지만, 둘다는 거의 기각된다. 게다가 우리는 되도록이면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하는 걸 좋아한다. 큰 애는 고기 담당, 둘째는 식탁 세팅 담당 등으로 나뉜다. 설거지, 식탁 치우고 닦고는 가위바위보로 결정한다.
아이들이 밝게 커주어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