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귀찮음을 견디는 일
느긋한 휴식을 방해받더라도 눈 한번 꾹 감고 입꼬리를 올리는 마음
내가 먹고 싶은 것보다 상대방이 먹고 싶은 것을 요리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 나보다 더 먹기를 바라는 손길
이 모든 것들이 한 길로 통하는 이름은 바로 엄마
날 때부터 엄마로 난 것도
결혼하기 전, 엄마 되기 교육과정을 거친 것도
출산 전, 엄마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배운 것도
아닌데, 여자에서 엄마가 되면 그걸 다 해낸다.
신기하게도......
분명, 철없이 놀던 시절도 있었고
맛있는 거 사 먹으러 돌아다닌 적도 있었고
나만을 위한 예쁘고 좋은 것을 사느라 정신없던 때도 분명히 있었는데
엄마가 되는 순간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돌보고 키우는 순간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며 다 자란 아이들의 밥상을 차리는 그때까지도
그 모든 것들을 싹 잊은 듯 허둥거리며 살게 된다.
늙어 자식들의 효도를 받는 것도 행복이라고?
아직 닥쳐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자식들과 사이가 좋으면 불행하지는 않겠다 싶긴 하다.
어떤 때는
끓이던 찌개를
조리던 생선을
무치던 나물과 데우던 국을
다 밀쳐놔 버리고 싶을 만큼 지칠 때가 있다.
나도 독립해서 자취하고 싶다!라고 선언하고 집을 나가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다 문득
나의 아이들이 한 식탁에 앉아 깔깔대며 장난을 치고, 함께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상한 몽글거림이 가슴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따뜻한 몽글거림이 자취하겠다 선언하고 싶던 마음을 다 녹여버리게 된다.
'엄마'라서 그런 거겠지?
오늘 저녁 식사 메뉴는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오이소박이김치, 계란말이와 호박나물과 (어제 해 먹은 게 좀 남았다.) 숙주나물이었다.
나는 혼자 이른 저녁을 먹었기에 저만치 물러나 있었는데, 딸이 슬그머니 목소리를 낸다.
계란말이... 더 줘.
세상에, 다섯 개나 깨서 부쳐준 건데?
휴우, 있는 거 그냥들 먹으라 하고 싶었지만
막 펼친 브런치 페이지를 덮어야 해 슬몃 짜증도 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무감한 얼굴로 다가갔다.
그래 사랑한다
그러니 그래 또 해주마 계란말이
나는 모든 것을 다 저절로 알게 된 능력자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