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버린 나.
아, 지친다. 모든 게 다 지쳐. 한없이 무겁기만 한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는 것도, 느지막한 시간에 억지로 밥을 욱여넣는 것도, 매일 별 다를 것 없이 흘러가는 하루도. 모든 게 지겹기만 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혼자 눈을 끔뻑거리며 온갖 생각들에 공격당하다 지쳐 잠식되어 버리는 것도. 지친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사실 그러려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잠식되지 않으려고 만들어진 습관은 잠식을 습관화시켰다. 매일매일 익명의 바다에만 빠져있다. 토할 것 같아.
어떤 규칙이 있는 것 마냥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런 우울한 상태도 너무 지친다. 남들 눈엔 그냥 귀차니즘 말기 환자로만 보일 테고, 사실 어느 정돈 맞는 말이고, 나는 이런 날 보여주기가 싫다. 인생에 활력을 잃은 느낌. 지긋지긋하다. 무기력에 지배되는 기분은 정말이지 최악이다. 사람이 어디까지 땅굴을 파고 들어갈 수 있나 시험이라도 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죽고 싶다가도 살고 싶고 살고 싶다가도 불현듯 갑자기 다 그만두고 싶다. 지쳤다.
죽고 싶다는 말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아니, 복잡하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될 의미일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지 모른다. 예를 들면 나처럼 지쳤다거나 외롭다거나 힘들고 무기력해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거나. 그걸 알아달라는 투정일지도 모르거든. 그 투정의 무게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행복하면 안 되는 걸까. 왜 난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못하는 걸까. 호르몬의 장난인 걸까. 어쩌면 노력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주면서도 한편으론 끔찍하다. 싫어. 난 그게 싫거든. 왜 난 솔직하지 못한 걸까. 이유를 찾다가 지쳐서 잠이나 들었으면 좋겠다. 잠이나 잤으면. 너무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