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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89. 상식이 통하는 세상

상식이란 일반적인 사람들이 모두 갖고 있거나 알고 있는 지식이나 판단력을 말합니다. 상식이란 좌나 우, 진보와 보수를 가르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만 적용될 때는 이미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보편타당한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가장 편안한 태평성대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집단으로 살아가기 위해 정해놓은 규칙과 제도만 잘 지키면 되니까요.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요즘은 어떤 것이 상식인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때가 많습니다. 원칙으로 정해진 것들은 상황에 따라서 바뀌고, 그것들은 고작 몇 번 어긴 것일 뿐이라며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출석 일수를 지켜야 졸업할 수 있다는 상식은 특정인에게 이르러 보란 듯이 깨지고, 국가 원수의 일을 일반인이 대리하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위해 촌각을 다투어야 할 시간에 개인의 미용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는 여러 정황들이 밝혀졌음에도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며 법대로 하자고 하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이럴 때는 법에 허점이 많은 것을 탄식해야 하나, 아니면 상식 이하의 정치인들을 탓해야 하나, 그도 아니면 힘없는 국민임을 자책해야 하나 서글픕니다. 국민의 수준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졌는데 정치권은 아직도 예전처럼 상식 이하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언제든 잣대가 달라지는 이 나라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이 깊어집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1항에 나온 그야말로 상식에 속하는 내용의 노래를 촛불집회에서 듣고 눈물이 났습니다. 가장 상식적인 내용을 읊조리고 있음에도 이렇듯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은 그 상식이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현재 우리가 겪는 정부의 수준은 우리가 그동안 정치에 대해 외면했던 국민의 수준을 방증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신물이 난다는 이유로, 아니면 내가 관여해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자포자기로, 그도 아니면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이유로 우리는 정치와 거리를 두며 살아왔으니까요. 정치인의 공약은 언제나 빈 약속이었으니 투표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고, 기대를 가질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만연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우리 국민이 보여준 촛불의 힘입니다. 촛불의 힘을 통해 젊은이들이 깨어나고, 많은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열리던 날, 상식처럼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와락 눈물이 난 것은 그 달보다 더 많은 상식의 촛불들이 광화문 광장에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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