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봄 Feb 09. 2022

105. 진심은 통한다

일본에서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로 유명해진 사람이 있습니다. 아오모리현에 사는 기무라 아키노리 씨는 농약을 뿌리면 일주일씩 앓아눕는 아내 때문에 농약을 쓰지 않는 자연 농법으로 사과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1~2년 동안은 사과밭이 황폐해져서 많은 고생을 했는데 사과나무 밭뿐만 아니라 전화가 끊길 정도로 집안 사정도 어려워지자 동네 사람들은 모두 그의 시도를 비웃었다고 합니다.     


기무라 씨는 사과 밭을 살리기 위해 좋다는 것은 다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무농약 농법을 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침마다 사과나무 한그루씩을 껴안고 진심으로 부탁을 한 것도 어떤 것에든 매달려 보자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겠지요.     


살짝 밀기만 해도 흔들려 금방 죽어버릴 것 같은 나무들을 붙잡고 그는 진심을 담아 “힘들게 해서 미안합니다. 꽃을 피우지 않아도 좋고 열매를 맺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죽지만 말아주세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환경을 맞춰주고, 가족들과 함께 손으로 벌레를 잡고, 식초를 뿌리며 그저 좋은 열매 맺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는 매일 나무들을 안아주고 말을 걸고 격려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8년째, 죽어가던 나무에서 드디어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잠시, 9년째가 되던 1991년 가을, 그가 사는 지역에 태풍이 불었고 모든 농장의 사과가 낙과하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어야 했습니다. 태풍이 오던 날 아침에도 그는 밭으로 달려가 나무들에게 “네가 열심히 맺은 사과를 잘 지켜 달라”고 말을 건넸는데 그래서인지 가무라 씨 밭에는 80% 이상의 사과가 가지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도 당시 일은 자신이 한 게 아니라 나무들 스스로 열매를 지켜낸 것이라고 말합니다.     


농약이나 비료도 쓰지 않았는데 가지가 휠 정도로 달고 맛있는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고 오래 두어도 썩지 않는 그의 사과를 사람들은 ‘기적의 사과’라고 부릅니다. 기무라 씨는 자신의 사과농사 경험담을 사람들에게 전할 때 세상에서 가장 좋은 농법은 바로 ‘진심농법’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생명이 있는 것들을 진심으로 대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진심을 읽어내는 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다 해당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말하는지 아닌지를 아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말에서 전해지기도 하고 눈빛이나 행동에서도 느껴지니까요. 어떤 사람은 화려한 말을 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좋은 선물을 건네기도 하지만, 그저 빈손을 내밀어 오래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대방의 진실한 마음을 잘 알 수 있고 더 크게 위로받기도 합니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사람농사라고 본다면 그 역시 진심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듯합니다. 진심으로 대하고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하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좋은 인간관계의 첫 걸음이 아닐까요.

이전 23화 113. 자기 속도로 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