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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113. 자기 속도로 살기

시간이 참 빠릅니다. 한 달만 지나면 못 보던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없던 길도 생겨나 어리바리 하다가는 어느새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있습니다. 휴대폰 최신기종은 왜 그리 빨리 나오는지, 한글로 작성된 가전제품 사용설명서는 아무리 읽어도 왜 이해가 안 되고 직접 조작할 수 없는지, 왜 최신기종은 편리하다는 느낌보다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휴대폰으로 은행거래까지 할 수 있게 된 마당에 왜 아직도 종이 통장을 신주단지처럼 모셔두고 있는지, 눈에 안 보이는 투자보다는 왜 아직도 눈에 보이는 현찰을 고집하는지, 주변을 둘러보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나는 왜 아직도 한 곳에 정체돼 있는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횟수도 점점 늘어납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나이 탓이라고 애써 위로해 보지만 여전히 내 속도로는 주변의 변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초단위로 빨리 변화하니 노력한다 한들 일부의 젊은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은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가 버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당신이 예쁜 여자와 1시간을 함께 있으면 그 시간은 1분처럼 느껴지겠지만 뜨거운 난로 위에 1분 동안 앉아 있으면 그 시간은 1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상대성이론”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은 한결같은데 주변이 어떤가에 따라, 또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그렇다면 그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이나 대상 때문이고 그것을 의식하는 내 마음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세상에서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역시 내 속도가 느리고 변화를 못 따라가기 때문이 아니라 비교하는 대상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나이가 들수록 도시보다 농촌을 찾게 되는 것도 어쩌면 그런 마음 때문일지 모릅니다. 농촌에서는 도시에서 보다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특별히 변화하는 것도 없고, 변화를 느끼게 할 만한 사람들도 없어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편안해한다면 어느새 귀촌을 생각하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누군가는 귀촌을 생각하면 나이 들었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나이는 세상의 규칙에 따라 일률적으로 먹게 되는 나이가 아닙니다. 빠른 속도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거나 빠른 속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나이, 나만의 속도를 찾고 싶은 나이를 말합니다.     

세상은 오늘도 빠르게 변화하고 우리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아직 귀촌을 생각하지 않는 나이, 아직 먹고사는 일이 더 시급한 사람들이라면 세상과 자신을 비교해 휘둘리지 않도록 자신만의 속도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 뒤처지는 자신에게 실망하는 일도 많아질 테니까요. 내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내 잘못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문득, 내가 부족하게 여겨지고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 이 말을 가만히 되뇌어 보는 건 어떤가요. “자기 속도로 가는 모든 것들은 옳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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