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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88. 관계맺기

네트워크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대상과 대상, 사람과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더 발전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회의 변증법적 욕구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회, 역사, 사물, 인간, 가족 등 살아가는 동안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과 부단히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만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살아가는 필수요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경우 네트워크는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것은 때로 훌륭한 인맥이 되기도 하고 공유와 융합을 통해 보다 큰 발전을 이뤄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네트워크, 즉 관계 맺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저마다 성향이나 지향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점에는 다양한 처세술이나 세상 속에서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도 많이 나와 있지만 아무리 많은 책을 읽는다 해도 그것을 현실 속에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배려와 양보 등의 미덕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무작정 배려와 양보만 하며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돌아가신 시어머니는 늘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 공부는 사람 공부”라며 책으로 하는 공부 말고 진짜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당부하곤 하셨습니다. 어릴 때는 책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 시어머니 말이 틀렸다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그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가 많아집니다.


서양철학이 존재론적 사고, 즉 이성을 가진 개별 주체들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라면 동양철학은 관계론적 사고, 즉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걱정하는, 자기수양이자 자기성찰이 중심사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현대의 관계 맺기는 서양보다는 동양적인 사고가 더 많이 가미된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나의 부족함’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들은 겸손해지고 상대에게 더 공손히 대하게 되니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아는 것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타인의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도 더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옳고 그름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이 확고해지기 때문에 그 생각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사람을 보면 그것을 ‘틀린 것’이라 낙인찍기도 쉬워지는 것이지요.


아마도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은 그런데서 오는 것일지 모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을 게을리 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아집이 되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그보다 더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부족함을 성찰하는 것, 그리고 나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질수록 우리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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